사람이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아 부름을 받는다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그것은 일종의 선택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가치가 담겨져 있습니다. 더구나 하느님께로부터 특별한 성소에 부르심을 받는다는 것은 대단히 큰 은총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선 아무나 부르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믿고 사랑하고 기대하시는 자를 당신의 협조자로 부르시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모두 자기 맘에 맞는 사람들과 일을 함께 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야 재미가 있고 그래야 부담이 없습니다. 일에 능률도 오르고 일의 가치도 크게 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 짐을 나누려고 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나누고자 하며 또한 대신 짊어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도 마친가집니다.
그러나 부르심에『예』하고 응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그 길은 대단히 고달프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약의 예언자들을 보면 거의가 주저하고 발뺌을 했습니다. 모세도 그랬고 이사야도 그랬으며 예레미아 역시 그랬습니다. 이처럼 부르심은 축복이면서도 동시에 고난입니다.
오늘은 특히 착한 목자 주일입니다. 교회는 또 이날을 성소주일로 정하여 하느님의 사업을 위해서 착한 목자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의 이 시대에 착한 목자가 필요합니다. 예수님처럼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고 자기를 떠나 인류 구원사업에 헌신할 수 있는 목자를 원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지금 급속도로 발전되고 있지만 그러나 다른 한편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종교인들만이라도 선하고 진실되게 살아야 하는데 오늘의 풍토를 보면 몹시 개탄스럽습니다. 순전히 세속적인 욕심과 이기심으로 종교인들이 난투극을 벌이고 사기를 자행하며 재물의 습득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소금이 짠 맛을 잃고 있으며 등잔이 불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착한 목자가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습니다.
착한 목자는 특히 주님의 말씀을 잘 알아 들어야 합니다. 먼저 착한 양이 될 수 있어야 착한 목자가 될 수 있습니다. 주님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그는 늑대가 되며 사기꾼이 되고 위선자가 됩니다. 오늘의 시대에서 일부 종교인들이 타락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어떤 사업가가 있는데 재산이 엄청납니다. 그에게 아들이 하나 있는데 방탕한 생활을 합니다. 사업을 빙자해서 돈만 낭비합니다. 그는 특히 작은 것을 아낄 줄 몰랐고 소중하게 여길 줄을 몰랐습니다. 사업에 대한 연구나 계획보다는 자신의 취미나 오락을 즐겨했습니다. 아버지는 무섭게 고생을 해서 사업을 일으킨 분입니다. 아버지는 그래서 아들을 통해서 당신의 사업을 더 성장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뿐인 아들은 아버지의 목소리를 모릅니다. 그 뜻을 알아듣지 못합니다.
할 수 없이 아버지는 냉정한 판단을 내립니다. 아들에게 사업을 맡기면 불원간에 망할 것은 빤히 내다보이는 일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찾았습니다. 딸들이 있었는데 마침 말귀를 잘 알아듣는 사위를 얻어서 당신의 사업을 물려줬습니다. 이것은 누가 판단해도 당연한 일입니다. 아들 편에서는 아버지께 따질 수도 있습니다. 자기만이 유일한 상속자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절대로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아버지의 뜻을 무시하고 짓밟는 아들은 아들이 아닙니다. 그런 아들이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 받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오늘의 이 시대에 목자들이 주님의 목소리를 올바르게 들을 수 있는 믿음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양들을 많이 불렀다 해도 아버지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면 그는 그 많은 양들을 다 죽여 망치게 됩니다.
올해 성소주일 담화에서 교황님께선『가정이 성소의 못자리』라고 하셨습니다. 가정에서부터 주님의 목소리를 듣는 삶이 되어야 하며 그 목소리를 듣고 따라가는 생활이 되어야 합니다. 대단히 불행스럽게도 믿는 집에서 함께 기도하지 않고 함께 성가를 부르고 있지 않습니다. 사목회 임원들도 가정기도를 안 하며 레지오 단장이라고 하는 이들도 안 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신앙은 무엇입니까?
착한 목자가 많이 나오기 위해선 먼저 가정부터 성화되어야 합니다. 그 부모가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을 때 자녀들이 그분의 목소리를 알아듣게 됩니다. 그리고 실상, 우리가 주님의 뜻을 모르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면 그보다 더 모순되고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따라서 기도하는 가정, 성가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정을 만들고 그리고 그 안에서 착한 목자가 나올 수 있도록 기도하고 협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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