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성군 동내면 학곡리 364의 5번지에 위치한 부림제지 공업주식회사(대표이사=정기영)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재생 화장지 생산업체이다. 쓰레기통에 버려져 환경오염을 가중시키는 우유팩이 이곳에서는 소중한 자원이 된다.
몇 안 되는 우유팩 재생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문을 닫고 부림제지 역시 도산 위기에 처했던 92년 초 당시 부림제지는 새 활로를 개척하고자 우선 서울교구 내 본당들을 대상으로 재생 화장지 판매와 우유팩 회수운동을 시도했다. 이런 소식을 들은 일부 본당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옴에 따라 우유팩 수거량이 대폭 증가했고 참여 본당의 수도 늘어나 어느 정도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현재 부림제지가 생산하는 재생 화장지는 연간 1천8백만 개에 달하고 여기에 사용되는 우유팩은 약 5억 개(5천 톤)나 된다. 92년 4월 현재 우유팩 회수에 참여한 본당은 모두 88개 본당으로 이들이 한 달에 수거하는 우유팩은 평균적으로 약 10여 톤 정도인 것으로 부림제지 측은 추산한다. 1톤에 약 10만 개 정도이므로 한 달에 모아지는 우유팩은 자그마치 1백만 개에 달하고 보통 우유팩 40개면 화장지 한 개를 생산하므로 본당에서 모아지는 우유팩만으로 한 달에 2만5천 개의 두루마리 화장지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버려지는 우유팩은 약 70억 개에 이르고 이틀 수입 펄프 가격으로 한산하면 2백80억 원에 달한다. 이를 수거해 재활용할 경우 50m 두루마리 화장지 1억8천만 개를 생산할 수 있다. 엄청난 양의 우유팩 중에서 재활용되는 것은 5% 남짓、대부분은 일반 쓰레기와 함께 하치장에서 오염된 상태로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지는 우유팩은 30년 이상 썩지 않고 많은 환경오염을 유발시킨다.
◆재활용의 필요성
우유팩은 가장 깨끗한 펄프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폐기물 재활용률이 높은 편에 속한다. 매일 가정과 산업체에서 나오는 엄청난 쓰레기들은 거의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하고 아무 대책이 없이 우리의 산과 하천에 쏟아져 더이상 바라보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다.
환경처의 자료에 의하면 1991년 말 현재 전국 일반 폐기물 관리구역 내 생활쓰레기 발생량은 1일 9만2천2백46톤으로 연간 3천3백66만9천 톤에 달한다. 서울특별시와 직할시들이 배출하는 쓰레기가 전체의 65%에 달하고 그 중 연탄재와 음식물 찌꺼기류가 역시 65%를 차지하고 있다. 1인당 쓰레기 발생량은 1일 약 2.3kg으로서 이는 독일과 영국의 0.9kg、일본의 1.0kg、미국의 1.3kg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쓰레기들은 1991년 말 현재 93.9%가 매립에 의해 처리되고 있으며 그것도 대부분 위생 매립이 아닌 노천투기식 매립방법이 이용되고 있다. 적절한 과정을 거쳐 처리되지 못한 많은 쓰레기들은 우리의 땅과 대기、수질을 오염시킴으로써 결국 우리 자신들에게 그 대가를 요구하게 된다.
비교적 다행한 것은 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큰 폭의 증가율을 보여왔던 생활쓰레기 배출량이 92년도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환경처 발행 93 환경연감 자료에 의하면 92년 말 현재 전년 대비 18.6%나 현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 안에서의 재활용 운동은 일반 환경운동 단체들의 움직임을 선도해왔다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 분리수거를 실시하기 훨씬 전부터 분리수거 함을 설치한 것도 일부 본당에서 앞장선 것이고 폐식용유를 이용한 저공해 비누의 제작도 교회 안에서 시작된 것이다. 쓰러져가는 부림제지를 방문한 후 우유팩 모으기 운동을 시작한 것 역시 교회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교회의 재활용 운동
이런 재활용 운동은 92년을 거쳐 93년도까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신자들의 호응도 크게 나타났다. 나아가 교회 안에서의 이런 움직임은 지역사회와 일반 환경운동 단체、언론에도 영향을 미처 얼마 지나지 않아 범 국민적인 운동으로 전개됐다.
비교적 다른 단체보다 일찌감치 재활용 운동을 시작한 서울 구로본동 본당은 폐식용유로 비누 만들기를 이미 오래 전에 시작했고 분리수거 함을 성당 마당에 설치하거나 헌 옷이나 헌 책을 모아 나눔 시장을 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에 헌 옷、헌 가구 등을 판매하는 상설매장「자캐오의 집」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 90년 4월 처음 선보인 푸른평화운동본부의 경우 특히 재활용 운동에 힘써 지난해 12월에는 많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저공해 세제공장을 가동、현재 월 5만여 장의 저공해 비누를 생산하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환경보전부에서도 각종 재활용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한편 이를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과 캠페인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교구 내 본당에서 재활용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환경분과나 생활협동조합 등 기타 환경 관련 단체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재활용 운동을 벌이는 본당들이 많아 폭 넓은 생활실천운동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 지금까지 교회 환경운동의 성과로 인정되고 있다.
◆문제점과 과제
그러나 지난해 말경을 기점으로 몇 년간 활발하게 재활용 운동이 조금씩 그 열기가 식어가고 참여율도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부림제지 측의 통계에 따르면 92년 4월 현재 88개에 달하면 참여 본당 수가 한 해 뒤인 93년 4월에는 55개 본당으로 줄었다. 또 93년 4월에는 15톤 정도이던 수거량이 올해 3월에는 겨우 4톤을 조금 넘는 정도에 그쳤다. 또 마찬가지로 우유팩 재생업체인 한마음제지의 경우에도 92년 60 내지 70개의 참여 본당 수가 올해에는 40여개에 그치고 있다며 수거량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부림제지의 한 관계자는『아직 많은 본당 신자들이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재생 화장지에 대한 소비자들이 선호도가 초창기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며『홍보상의 문제와 재활용품이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김현정(골롬바ㆍ28세)씨는『무엇보다도 수거 체계의 문제점이 지적돼야 한다』며『현재 분리수거가 잘 안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시민들이 아무리 분리수거를 잘 해도 수거해가면서 다 뒤섞어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재활용산업의 적극적인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환경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활용 상품의 경우 현재 타 상품과의 경쟁력 면에서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므로 재정 기술 등에 있어서 정책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재활용 운동의 진정한 의미와 목표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푸른평화운동본부 사무국장 석창훈(토마스 아퀴나스ㆍ31세ㆍ대구 상인본당)씨는『재활용 운동이란 단지 버리는 것을 다시 쓰는 것이 아니라 유한한 지구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창조질서를 보존한다는 데 그 목표가 있다』며『재생비누를 사용하면서도 합성세제를 쓰거나 우유팩을 수거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한다든가 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은 재활용이 진정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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