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고를 거쳐 예루살렘을 순례하는 순례자들은 모든 것이 종교 의식적으로 진행되는 의식의 도시 예루살렘에 들어서기 전에 예루살렘의 외곽 마을 벳파게에서 입성 준비를 하였다. 그들은 여기서 몸을 정결케 하는 준비를 하였다. 민족적 대축제인 과월절을 성도 예루살렘에서 지내려는 것이었다.
예수의 일행도 여기서 성도 예루살렘 입성 준비를 하였다. 그 준비는 몸을 정하게 하는 의식적인 준비가 아니고 메시아께서 나타나실 준비작업이었다. 메시아가 만민을 다스리러 임금으로 수도에 입성하시는 광경을 즈가리야 예언서는 이렇게 예언하고 있다.『수도 시온아, 한껏 기뻐하여라. 수도 예루살렘아, 환성을 올려라. 보아라, 네 임금이 너를 찾아오신다.
그는 겸손한 자세로 나귀, 어린 새끼 나귀를 타고 오신다. 그는 에브라임의 병거를 없애고 예루살렘의 군마를 없애시리다. 군인들이 메고 있는 활을 꺾어 버리시고 뭇 민족에게 평화를 선포하시리라. 이 바다에서 저 바다까지 큰 강에서 땅 끝까지 다스리시리라』(9, 9)
이 예언이 지적한 대로 이번의 예루살렘 입성은 예수께서 지금까지 가르치고 행하신 인류 구원의 사업을 완성하는 막바지 주간이 될 것이다. 온 인류를 구하실 메시아 왕은 위풍당당한 병마를 타지 않으시고, 수십만의 병졸을 거느리고 개선장군처럼 입성하지 않으시고 초라하게 새끼 나귀를 타고 입성하실 것이다.
수십만의 호위병 대신 길가에 서 있는 가난한 백성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입성하실 것이다. 여기서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가시는데 왜 새끼 나귀를 타고 가시려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약간은 풀리지만 올리브산 밑에 있는 벳파게에서 예루살렘까지는 5리 정도밖에 안 되는 가까운 거리이다.
위에 인용한 즈가리야의 예언을 해설한 유대아의 랍비 문서를 보면 나귀는 메시아가 탈 짐승으로 여겨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꿈에 나귀를 본 사람은 메시아의 구원을 희망하라』『그들, 즉 이스라엘백성이 공로를 쌓으면 메시아는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온다. 그러나 그들이 공로를 쌓지 못하면 그는 초라한 나귀를 타고 온다』
예수께서 메시아로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한 것은 이스라엘 백성이 공로를 쌓지 못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과시했을 수도 있다.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 성도에 입성하는 예수는 예루살렘의 권력가들의 눈에는 한낱 돈키호테처럼 보였겠지만 나귀를 탄 메시아는 성서사상에서 분명「평화의 왕」을 상징한다.
나귀를 끌고 오라는 지시를 받은 두 제자들도 이 지시를 받으면서 아무 저항 없이 순순히 명을 따를 것을 보면 그들도 성서적인 메시아관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처럼 여겨진다.
여기서 그때 상황을 복음서에서 읽어보자 :『예수와 그 일행이 올리브산 맞은 편에 있는 뱃파게와 베타니아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에 예수께서는 두 제자를 보내시며 앞에 보이는 마을로 가면 암나귀가 새끼 나귀를 데리고 묶여 있을 것이니 그것을 풀어 끌고 오너라. 누가 만일 뭐라고 하거든 주님이 쓰신다고 말하라』
주님이 쓰실 나귀는 아무도 타본 일이 없는 어린 나귀이다. 나귀가 준비되어 있는 마을은 벳파게 아니면 베타니아일 것이고 거기에는 순례자들을 위하여 나귀를 빌려주는 업을 하는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예수님의 말씀으로 보아 나귀주 인은 예수의 팬이었음이 틀림없고 예수께서 미리 부탁해 놓았을 가능성도 있다.
선택된 새끼 나귀는 아직 사람을 태워본 일이 없는 순결성을 지닌 짐승이라 고대 세계에서는 종교적인 의식에 쓰이는 짐승은 순수한 짐승이어야 했다. 그러니 이 새끼 나귀는 메시아를 태우기에 아주 적합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런 지시를 하심으로써 메시아에 대한 성서의 말씀을 그대로 이행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예루살렘 입성을 하는 데 있어서도 오로지 하느님의 뜻을 따른다는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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