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적 삶을 폭 넓게 다루어온 박완서(엘리사벳)씨가 신앙고백 형식으로 펴낸 여섯 번째 창작집「한 말씀만 하소서」가 출판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작가 박완서씨는 이 책에서 자식을 잃고 슬픔 속에 잠겨 지낸 자신의 이야기를 진한 모성애를 바탕으로 들려주고 있다.
「한 말씀만 하소서」에는「가는 비, 이슬비」외 4편의 단편과 작가 자신의 일기가 실려 있다. 독자들을 박완서씨의 문학 세계의 은밀한 내실의 문으로 인도하게 될 이 책은 88년 의사의 길을 걷던 아들을 잃은 어미의 뼈 아픈 고통을 신앙고백적 형식으로「생활성서」에 연재했던 들을 모은 것.
작가 자신은「한 말씀만 하소서」에 대해『소설도 수필도 아닌 일기』라고 밝히고『훗날 활자가 될 것을 염두에 두거나 누가 읽게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 같은 것을 할 만한 처지가 아닌 극한 상황에서 통곡 대신 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완서씨는「한 말씀만 하소서」를 통해 자식을 잃은 어머니가 신과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절제되지 않은 언어로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작가의 통곡의 눈물이 배여 있는 이 책에는 우리나라 어미들의 모성의 극치가 담겨 있다.
「인생은 풀과 같은 것, 들에 핀 꽃처럼 한 번 피었다가도 스치는 바람결에도 이내 사라져 있던 자리조차 알 수 없는 것(시편 15~16)」이라는 성서 말씀 앞에서『주여, 그렇게 하찮은 존재에다 왜 이렇게 진한 사랑을 불어넣으셨습니까』라면서 울부짖는 작가의 내면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박완서 문학의 정서를 알려주고 있다.
작가는 참척의 일기 이후 한국의 사회의 갈등을 모성의 원리로 감싸기 시작한다. 고로 남편과 아들을 잃은 어미가 겪어야 했던 질곡의 세월을 지나 홀로 설 수 있게 된 작가의 문학세계를 더욱 성숙케 했던 이야기인「한 말씀만 하소서」는 일기도 문학작품의 한 영역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들의 2주기까지 넘겼건만 아직도 회의와 비통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토로하는 박완서씨는『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나의 자아 속에 꼭꼭 숨겨 놓았던 채송화 씨보다도 작은 신앙심을 누구에게 떠다밀린 것처럼 마지못하긴 하지만 마침내 어디론가 던졌다는 사실』이라며『던져진 곳이 싹이 틀 수 있는 좋은 땅이길 바라는 마음이 이 책을 펴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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