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눈꺼풀’과 ‘지슬’은 이른바 ‘4월의 아픔’을 담고 있는 영화다.
오멸 감독의 영화 ‘눈꺼풀’의 한 장면.(영화사 진진 제공)
4월 12일에 개봉한 영화 ‘눈꺼풀’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그려낸 작품이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4년이 흐른 지금, 영화 ‘눈꺼풀’은 그날 이후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다.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을 칼로 도려내면서까지 왜 두 눈을 떠야 하는가. 할 말도,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는 절망과 침통함에서 시작하는 이 영화에는 대사가 거의 없다. 대신 다양한 미장센(miseen scene)들이 화면을 채운다. 한 짝씩 놓인 주인 없는 신발 여섯 개, 섬 해안가로 떠내려 오는 트렁크, 인물들의 간단한 몇 마디 말과 외침, 한숨, 그리고 성호경을 긋는 행동 등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라디오가 망가지고 절구가 깨지는 장면도 등장한다. 이에 관해 오멸(47) 감독은 “우리가 믿고 의지했던 시스템의 붕괴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오 감독이 이 영화를 완성한 것은 2014년이었다. 영화는 이듬해인 2015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 조합상과 CGV아트하우스상을 받았다. 하지만 ‘제주 4·3’ 관련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활동에 제약을 많이 받았다. 개봉관 확보도 어려워 4년이 지나서야 대중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그는 “모두가 잠 못 이루던 2014년 4월, 희생자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간절함에 카메라를 들었다”면서 “참사에 대한 책임과 실천해야 할 몫을 영화를 통해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영화 ‘눈꺼풀’ 제작 이후에도 세월호에 대한 시나리오를 계속 쓰고 있는 오 감독은 또 다른 세월호 영화도 만들 계획이다.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의 한 장면.(영화사 진진 제공)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2012, 이하 ‘지슬’)도 오 감독이 제작한 영화다. ‘제주 4·3’의 아픔을 흑백화면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지슬’은 제주 방언으로 ‘감자’를 뜻한다. 4·3 당시, 서로 감자를 나눠 먹으며 허기를 채우는 주민들. 영화에 담긴 각 사연에서 중요한 삶의 매개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사물이 바로 감자다.
이 영화는 당시 제주도에서 벌어진 뼈아픈 사건을 담담하게 재조명한다. ‘해안선 5㎞밖 모든 사람은 폭도로 간주한다’는 말을 듣고 주민들이 피란길에 나서는 장면에서 대사와 음악을 최소화해, 아무것도 모른 채 피란길에 오르는 주민들의 순박함과 아픔, 군인들의 폭력을 부각시킨다.
‘지슬’은 여러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2012년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개 부문(넷팩상·시민평론가상·한국영화감독조합상·CGV무비꼴라쥬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 제29회 미국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 심사위원 대상 등을 수상했다.
오 감독은 “4·3은 사람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분노가 남기보다, 대화가 발생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