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본동 성당 옆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아담한 유리문 안으로 쌀, 잡곡, 울릉도 호박엿, 무공해 세제와 비누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먹을거리」들이 그득하게 쌓여 있다.
전화 한 통화면 수사님이 농약이 안 묻은 농산물을 직접 배달해 주는 이곳은 구로본동 본당 신자들을 중심으로 지난 91년 설립된 녹원생활협동조합 상설 판매장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농수축산물은 모두 1백20여종에 달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먹을거리는 거의 다 구할 수 있다. 더군다나 딸기 한 알을 먹으면서 여러 차례 흐르는 물에 씻고서도 농약을 걱정해야 하는 요즘, 농약이 없는 농산물, 수질오염을 줄이는 무공해 세재, 폐휴지로 만든 재생공책을 살 수 있는 녹원생활협동조합은 신자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산 교육장이 되고 있다.
녹원생협이 처음 설립된 것은 지난 91년. 당시 구로본동 본당에서 매년 실시하던 환경교육에 2백여 명의 사람들이 대거 참여했고, 이들을 중심으로 먹을거리운동이 시작돼 각자 1~2만 원씩의 출자금을 모아 생활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현재 녹원생협에서는 가톨릭농민회 소속 농가나 생활협동조합중앙회, 그리고 홍천, 홍성 등의 유기농 생산자로부터 농산물 직거래를 하고 있다. 생협에 가입한 2백여 세대 주민들은 직접 이들 생산지에 가서 무농약 채소나 곡식들이 자라는 현장을 견학하고 농민들과 만나는 과정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환경운동에 동참하게 된다.
생협이 현재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것은 무엇보다도 재정문제. 매월 1천만 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매출액을 보이지만 그 중 수익은 1백50만 원 정도로 상근자 월급, 임대료, 각종 공과금 등을 제외하면 현상 유지에 그칠 뿐, 발전적인 사업에 투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본당 측의 배려로 곧 해결될 듯하다. 본당 내 교육관이 완성되면 외부에 있던 매장이 성당 안으로 들어서게 되고 본당 주임 정월기 신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신자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동시에 각 반마다 반장을 두 명씩 임명, 한 명은 환경반장으로 환경문제를 전담토록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전체 조합원의 10% 가량밖에 안 되는 신자들이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이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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