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베타니아를 떠난 것은 일요일 아침이었다. 주님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예리코의 구 도로로 나섰다. 베타니아를 떠나 비탈길로 들어섰을 때 눈앞에는 고지대에 위치한 벳파게라는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마르코 복음서는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그들이 예루살렘에 가까이 와서 올리브산 근처 벳파게와 베타이아에 이르렀을 때』.
마르코는 예수의 일행이 끝내 목적지인 예루살렘을 눈앞에 바라보며 그 입성에 관한 보도를 하는데 세 개의 지명이 언급된다. 맨 처음이 예루살렘, 그 다음이 벳파게, 그리고 베타니아의 순으로 나열되어 있다. 이 순서는 예수께서 예루살렘을 향하여 가시는 순서와 역순으로 되어 있다. 아마도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말 성서를 읽는 독자들에게는 구별이 되지 않지만 여기서 마르코가 예루살렘이란 말의 원어 표시를「예로솔뤼마」라고 한 것을 설명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고대어는 통상적으로 이 도시를 나타내는 데 두 가지 말을 사용하였다. 하나는「예로솔뤼마」이고 또하나는「예루살렘」이다. 유대아 본토박이들은 후자를 사용했는데 그것은「예루살렘」이란 말이「평화의 창건」, 또는「평화의 집」이란 뜻을 가지며 솔로몬왕이「다윗의 도읍」이라 부른 때부터 유대아인들에게는 품위 있고 신성한 도시로 여겨져왔다.
이에 반해「예로솔뤼마」는 이방인들의 문화권에서 이교도들이 예루살렘을 지칭하여 사용하던 예속적인 명칭이다. 마르코가 여기서 비 유대아계의 명칭을 사용한 것은 당시 예루살렘은 예수를 비난하고(마르 3, 22:7, 1) 잡아 죽일 음모가 진행되었던 도시이며(마르 10, 32:15, 41) 결국은 그 악랄한 목소리로 예수께 사형선고를 내릴 도시였기 때문이다.
벳파게는「익지 않는 포도의 집」이란 뜻을 가지며 예루살렘과 베타니아 가까이 있는 마을로서 전설에 따르면 예수께서 라자로의 위독 소식을 듣고 그 집을 방문하러 갔을 때 마르타가 이곳에 마중나와 만났다고 하여 여기를「만남의 돌」이라고 한다. 예수께서 수제자를 보내어 나귀를 얻어 오라고 보낸 곳이 여기라는 설도 있고 해서 이와 관련하여 3세기의 오리게녜스는 벳파게를「나귀 타는 집」,「개선 행렬의 집」, 또는「만남의 집」이라고 부른다. 하여튼 이 곳은 예루살렘 근교에 위치한 성역의 경계이며 예루살렘 동쪽 성벽에서 시작되는 지역이다.
랍비들의 율법 해석서인 할라카는 이곳을 예루살렘 성도에 포함시키고 있다. 베타니아는 예수의 고난 시기가 시작되는 라자로 사건으로 예수의 고난을 알리는 신호처럼 되어 있다. 어원족으로는「아나니야의 집」에서 유래되어「고통 받는 자의 집」또는「가난한 자의 집」이란 뜻으로 통한다. 예루살렘 도서에서 올리브산 동쪽으로 약 2.8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요한 11, 18) 예루살렘에서는 육안으로 이 마을을 볼 수가 없다.
베타니아는 벳파게와 함께 올리브산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예루살렘 순례자들이 동쪽 통로를 취했을 경우 베타니아를 거쳐 올리브산 산마루를 넘어가게 된다. 예수의 일행이 예루살렘을 입성할 때 취한 길도 이 동쪽길이었다.
베타니아와 벳파게가 올리브산 근처에 있다고 복음서에 명시한 것은 올리브산이 구약성서에서 기도의 장소로 여겨졌으며(예제 11, 23:사무하 15, 32), 베타니아는 예수께서 수난일을 기다리며 제자들과 함께 며칠을 이 곳에서 묵었고 벳파게에서 두 제자를 나귀 구하러 파견한 곳이 아마도 베타니아였기 때문일 것이다.
올리브산은 예루살렘과 키드론 계곡 동쪽에 있는 세 봉우리를 지닌 산(812m)으로 이 산에서 자라는 올리브 나무들은 오래된 예루살렘의 자원이 되어왔기 때문에 올리브산이라 불렀다. 올리브산은 구약성서에서 야훼 하느님이 나타날 것이라고 한 산이며 어떤 에집트 출신의 자칭 메시야가 예수가 죽은 후 자기가 이 산에 출현하겠다는 속설과 더불어 당시 사람들에게는 메시야가 광야에서 올리브산으로 와서 군중에게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가 퍼져 있던 곳이기도 하다. 하여튼 예수께서는 올리브산 근처 벳파게에서 두 제자를 파견하여 나귀를 구해 오도록 지시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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