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역사를 기록하고 후세에 전하는 일을 결코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진정한 민족 문화의 발전은 전통문화에 바탕을 둘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26년간의 대장정 끝에 지난해 12월 말 조선조 태조부터 철종(1392~1863년)까지 25대 4백72년간의 조선왕조실록 국역본을 출간한 민족문화추진회 회장 이원순(에우세비오ㆍ69세ㆍ서울 반포본당) 박사.
지난 68년 세종대왕기념사업회(회장=박종국)의 세종실록 국역사업에 민족문화추진회가 합류, 인내심을 요하는 지루하고 긴 번역작업 끝에 이번에 완성한 조선왕조실록 한글본은 지난해 말 4백13책을 출간한 데 이어 내년 말까지 34책의 색인본까지 완성할 계획에 있어 이 작업까지 끝나면 총 4백47책의 방대한 역사 자료가 조선사 연구의 보고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92년 3월부터 민족 문화추진회의 회장으로 대작업을 마무리한 이 박사는『조선왕조실록 한글본 완성이 조선조 역사 연구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한국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록이란 본래 어떤 특정한 역사책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실을 충실하게 기록한 역사를 말한다. 현존하는 왕조 전체의 완전한 실록은 중국 명나라와 청나라의 실록뿐이고 일본과 월남에서도 일부 실록이 전해지는데 한국 조선왕조실록이 가장 완벽하게 전해왔다.
이번 실록이 철종실록에서 끝난 것은 고종과 순종의 실록이 일제하에서 쓰여졌기 때문에 이를 번역 대상에서 제외한 데 따른 것인데 고종 44년, 순종 4년 등 48년간의 기간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인 만큼「승정원 일기」중 이 시기의 기록을 올해부터 20년 계획으로 번역할 예정이다.
이 박사는『조선왕조실록은 기본적으로 중국, 일본이나 월남의 실록보다 양적으로도 많고 단순히 정치뿐만 아니라 과학, 미술, 사회, 경제,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대단히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역사 분야 외 모든 분야의 한국학 연구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한글 전용 세대인 오늘날의 젊은 연구 인력이나 외국 연구자들에게 난해한 한문으로 기록된 왕조실록의 연구는 벅찰 수밖에 없다』며『한글본의 발간으로 한국학 연구의 저변이 확대되고 각 분야별 연구 영역에서도 급속한 연구의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회사 연구에 있어서도 전교 신부들의 전교활동 기록이나 전교본부에 대한 보고서 등 교회 측 기록과 함께 이번에 발간된 한글본 실록이 조선왕조 측에서 천주교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한 기본 사료로써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92년부터 민족문화추진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 박사는 한국 역사학계에서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1948년 이래 소신학교, 대신학교, 교리신학원 등 교회 내 교육기관에서 한국 천주교회사를 40여년이 넘게 가르치면서 교회사 연구에도 심혈을 쏟아왔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