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믿음보다 좋은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믿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커다란 축복입니다. 서로를 믿고 신뢰하는 바탕 위에서 사랑도 꽃피고 도덕도 열매를 맺는 것이지、이 세상에 믿음이 없다면 모든 것이 다 무너지게 됩니다.
어떤 형제가 자기 아내를 늘 의심하며 삽니다. 아내는 아주 정숙한 사람입니다. 남편이 말할 때 자기는 의처증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별의별 것을 다 캐묻고 따지면서 아내를 달달 볶습니다. 신부가 중재를 해도 남편은 믿지를 않습니다. 그러니 의심하는 사람이나 의심받는 사람이나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마음이 늘 교도소요 지옥입니다.
사람은 믿는 것만큼 행복합니다. 믿는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도 우리가 믿을 때 편안하며 믿지 못할 때 모든 것은 흔들리고 파괴됩니다. 더구나 하느님을 믿는 신앙에 있어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것은 믿음입니다. 사람이 하느님을 믿으면 속된 말로 하느님은 꼼짝을 못하십니다. 그래서「믿음에는 불가능이 없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병자를 고쳐주실 때에도 믿음은 언제나 최고의 축복이었습니다. 성서에 보면『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하시는 말씀이 수없이 나옵니다. 믿음이 바로 최고의 약이며 그 자체가 능력이었고 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믿지 못하고 의심했을 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엄한 심판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토마의 불신앙이 나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토마는 거기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이『우리는 주님을 뵈었소』하고 말했을 때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 일은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요 그런 말 자체가 허구요 기만이었습니다. 도저히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아무도 토마를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사실 우리도 토마의 불신앙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눈으로 직접 보고 손으로 만져 봐야만 믿음의 확실성을 가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앙의 진실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신앙은 보고서 믿는 것이 아니요 만져서 믿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이 그래야 한다면 신앙은 자리에서 무너지게 됩니다.
신앙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바로 부활입니다. 부활이 아니라면 우리의 믿음은 한 순간에 다 무너집니다. 기도와 선행과 희생 등도 부활이 전제된 신앙 안에서만 가능하지、부활이 아니라면 믿음의 모든 것은 다 허사요 껍데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확고하게 믿어야 합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부활을 믿고 그리고 우리 자신의 마지막 부활을 믿어야 합니다.
부활은 한마디로 새로운 삶입니다. 그 생명과 그 삶의 모습은 지금의 것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지금의 생명과 하나로 연결되면서도 존재의 모습은 다릅니다. 그래서 제자들도 처음에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막달라 여자 마리아도(요한 20、11~18 참조)、엠마오로 가던 길의 두 제자도(루가 24、13~35 참조)、티베리아 호수에서의 일곱 제자들도(요한 21、1~14 참조) 전혀 몰랐습니다. 나중에야 비로소 알게 됩니다. 왜냐하면 부활은 또다른 모습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앙 안에서 부활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분명히 어제의 그들이지만 그러나 어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이들입니다. 아주 지독한 형제가 있었습니다. 그는 사소한 일을 가지고도 자주 성을 냈으며 어떤 때는 이해하기 힘든 상식하의 문제들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매사에 자기 중심적이고 다른 사람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서는 사람이 변해 버렸습니다. 예수님이 자기를 살려 줬다며 늘 감사한 생활을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토마가 믿지 못했을 때 예수님은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너는 나를 보고야 믿는냐?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우리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깊이 간직해야 합니다. 부활은 결코 눈으로 보고 믿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믿음 안에서 믿음의 눈을 뜰 수만 있다면 그 세계가 부활입니다.
믿음은 우리 생애의 놀라운 축복입니다. 따라서 믿으면 믿는 것만큼 행복하지만 믿지 못하면 믿지 못하는 것만큼 불행합니다. 그리고 믿으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안 되는 것이 없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축복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셨습니다. 우리도 믿음의 눈을 새롭게 열어 부활의 삶을 은혜로이 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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