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범국민대책위와 종교·시민단체, 쌍용차 해고자들과 함께 거리행진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같이 살래요”
서울 빈민사목위 등 동참
쌍용차 밧줄 묶어 끌며 행진
대정부 호소문 청와대 전달
‘전원 복직’ 약속 이행 촉구
4월 22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쌍용차범국민대책위원회가 진행한 ‘4·22 쌍용차 같이 살래요’ 행진 참가자들이 쌍용자동차를 밧줄에 묶어 끌면서 서울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제공
‘쌍용차 정리해고’가 일어난 지 9년, 현재도 120명의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쌍용차범국민대책위원회는 4월 22일 ‘4·22 쌍용차 같이 살래요’ 행진을 진행했다. 서울 중구 흥국생명빌딩 앞에서부터 시작해 코란도·티볼리·G4렉스턴 등 쌍용자동차를 밧줄에 묶어 끌면서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3월 경기도 평택에서 해고 노동자의 고통과 슬픔을 드러냈던 ‘워낭소리’ 행진에 이어 꿈과 희망을 나타내는 서울도심 행진이었다.
이 자리에는 쌍용차 해고자와 복직자, 금속노조, 민주노총 조합원, 시민사회단체,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나승구 신부와 천주교 수도자 등 500여 명이 참여해 대정부 호소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호소문은 ‘우리는 인간이 아니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으며 “지난 시간 동안 우리는 살아 있는 목숨이 아니었다”며 “우리의 삶이 극한에 내몰릴 때마다 정치권과 사측은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사측은 2015년 합의를 통해 2017년 전원 복직을 약속했으나 징계 해고자 167명 중 45명 만이 돌아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모두가 희망고문을 멈추고 사회적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며 “우리도 국가를 가지고 싶다. 쌍용차 해고자들에게도 정의 실현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 모두가 국가폭력의 희생자이자 편파적인 국가에 의한 사회적 탄압과 재난 피해자임이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집’과 ‘공장’으로 돌아가 평온한 삶을 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부 요구안으로는 ▲쌍용차 해고 과정에서 벌어진 국가폭력 진상 규명 ▲해고자 전원 복직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현오 전 경찰청장 등 쌍용차 진압 지시 책임자 처벌 ▲쌍용차 해고자에 대한 16억7000만 원의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 부상자에 대한 배상 실시 ▲쌍용차 해고자인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 등을 촉구했다.
행진에 참여한 나승구 신부는 “기업이 단순히 노동자를 고용해서 운영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와 함께 기업을 일으키고 끌어나가는 것”이라며 “교회에서 가르치는 사회교리에서 노동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그 사람과 가족 전체의 중요한 가치를 의미한다. 교회는 고통받는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하면서 2646명의 노동자가 해고됐다.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에 맞서 “함께 살자”며 77일간 공장점거 파업, 86일 굴뚝 농성을 벌이는 등 회사 측에 부당함을 알렸다. 파업이 일어나는 동안 경찰특공대가 파업 진압에 투입돼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무리한 정리해고 후 29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상당수의 해고자들은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얻기도 했다. 2015년 노사 간 복직 합의로 2017년 말까지 해고 노동자들을 회사로 복직시키기로 결정하고 쌍용차 사태는 해결점을 찾을 것으로 보였지만 여전히 전원 복직은 이뤄지지 않은 채 제자리걸음이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