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출신의 성인신부(聖人神父) 필립 네리(1515~1595)와 영성체에 얽힌 일화 한토막.
하루는 네리 신부가 신자들에게 성체를 분배해주고 있는데 여신자 한사람이 영성체를 하자마자 손가방을 챙겨 성당을 빠져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평소 성질이 급해 화를 잘내던 네리 신부는 옆에 서있던 두 복사에게 빨리 촛불을 켜들고 그 여자를 따라가 15분동안 호위를 한후 돌아오라고 명했다.
복사들은 급히 촛불을 켜들고 그 신자를 따라갔고 영문은 알지 못한 그 여신자는 기겁을 하고 달아났다는 얘기다.
이 일화에서 네리 신부가 말한 15분은 보통 성체를 몸안에 모신후 완전히 용해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말한다. 성체는 몸안에서 빵의 형상으로 특별히 현존하면서 실지로 영성체자와 한몸이 되고 용해되면서 영성체한 사람이 그리스도화되는 것이다
몸안에 모신 성체가 완전 용해되기 이전까지는 성체를 모신 그 사람의 몸이 감실이다. 따라서 네리 신부가 볼 때 감실이 움직이니까 그안에 현존하시는 성체를 정중히 모시기위해 호위하게 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4백 수십년전의 이야기가 오늘날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그때보다 오늘날은 신자들이 더 할일이 많고 갈곳이 많지 않은가? 살기 바쁘고 놀러다니기 바빠 미사도 참례하지 못하는 신자들이 많고보면 영성체하자마자 성당을 빠져나가는 이른바「이동 감실」들은 부지기수다.
미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성변화때라는 것은 익히들어서 알고있다. 성체와 성혈을 축성할때는 숨소리조차 죽이고 경의를 표하면서도 정작 축성된 성체를 자기 몸안에 모시는 행동은 그저 작은 빵쪼가리 하나 날름 집어 삼키고 끝나는 인상을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다.
교회는 영성체 후 묵상시간을 따로 두고 영성체한 사람이 성체와 대화를 나누고 그분께 감사를 드리도록 전례적으로 배려하고 있으나 문제는 영성체자의 마음가짐과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이다.
성체를 모시기위해 고백성사를 통해 죄를 용서받고 한 시간 이상의 공심재를 정성껏지킨 신자라면 영성체후 20분정도의 감사기도는 지극히 자연스러울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