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도 없고 누구하나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어쩌면 인생의 종점에 던져진 외로운 노인들. 그들을 위해 아들 노릇을 하며 마지막 가는 길에 그리스도의 빛을 비춰주고 있는 윤용주씨(56ㆍ요한).
서울 도봉구 수락산 시립요양원에서 노환 등 각종질병으로 고생하고있는 노인들의 간병과 대소변처리 목욕등 친자식도 하기 힘든 일들을 즐겁게 하고있는 윤씨는 자신도 환갑을 바라보면서도 생의 의욕마저 상실한채 그저 하루 하루를 넘기고 있는 노인들에게 신앙이라는 큰 빛을 던져주고 있다.
양로원을 전전하던 무의무탁 노일들이 중환에 걸려 오게되는,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 보금자리일 수도있는 시립요양원에서 윤씨가 전해주는 기쁜 소식은 질병보다는 외로움이 더 무서운 노인들에게 이제는 결코 외로운 죽음을 맞지 않으리라는 기쁨과, 죽어서도 다시 산다는 벅찬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82년 직장을 옮겨 시립요양원에 첫발을 디딘 윤씨가 가장 먼저 시작한일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이었다.
누구하나 지켜보는 자식없이 임종직전까지도 죽음을 두려워 하며 실날 같은 생의 미련을 쫓는 노인들은 지켜본 윤씨는『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비싼 관이나 멋진무덤이 아니라 이세상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죽음후에도 지켜주는 절대자가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귀먹고 눈이 어두워 대화조차 어려운 노인들을 붙잡고 첫 교리를 시작한 윤씨는『나도 갓 영세한 병아리신자여서 무척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하면서 할아버지 두분, 할머니 세분이 처음 영세 입교할 때 참으로 기뻤다고 회상했다.
현재 임종직전의 노인들에게 비상세례를주고 장례미사를 주선하는 등 사무장이라는 업무외에도 늘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윤씨는『이제는 내가 하는일이 노인들에게다 알려져서 어떤 할머니는 꼭 천주교식으로 장례를 지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면서『가끔씩 들려주는 천주교 교리가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겐 무척 흥미로운것같다』고말했다『이제는 요양원이나 양로원도 옛날 같지 않아서 명절때가되어도 찾아오는 사람이그렇게 많지않다』고 말하는 윤씨는『임종을 맞은 노인이자기에게는 장성한 자식이 있는데도 한번도 자기를 찾아주지 않는 자식들이 원망스럽다고 말할 때 참을 수 없는 비애를 느낀다』면서 노인 불경풍조와 현세태의 삭막함을 원망했다.
부인과 1남 3녀를 두고 있는 윤씨는『박봉이지만 돈을 모으려고 뛰어든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늙어서도 계속 불쌍한 노인들의 자식이 되고 싶다』며 99세된 할머니의 손을 조용히, 그리고 힘있게 움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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