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유구한 세월 등에 지고
예순 일곱 송이 로사리오로
오늘 우리 안에 오셨습니다
마흔 날의 고통을 딛고
예수님도 함께 오셨습니다
이런 날은
당신과 빠스카 신비
가슴 속 꼬옥 끼어안고
‘사랑합니다
우리 안에 오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외치고 싶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사랑은
나만 갖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깊고 깊은 두메산골
논밭 갈며 흙밖에 모르는 사람들
천야만야 깊은 굴 속
허기진 여생을 캐내는 사람들
달동네 저 언덕배기
가슴 조이며 오늘을 사는 사람들
이런 사람 말구도
일일이 기억해 내지 못한
우리들의 진정한 이웃들
그게 누구든
그게 어떤 사람이든
어디에 살든던
그들에게도
당신의 사랑을 나눠주고 싶습니다
사랑의 파랑새가
아침 햇살 가득한
하늘을 날 수 있도록
새장 여는 법도 알려주고 싶고
살을 에는 겨울 공화국이 가고
평화스럽도록 따뜻한 봄이
우리 가슴에 내립니다
언제 겨울이 또 올지 모릅니다
다시 올지도 모를 고통 때문에
털옷을 준비해야겠지만
겨울은 다시 생각지 말아야겠습니다
하느님은 우주뿐만 아니라
사람도 만드셨음을 믿어야 합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옷고름 조이며
옷 소매만 만지작거리며
움추리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을,
애써 나를 지키려고 하는
욕망과 허영
이기심을 버려야 합니다
고된 삶의 여정에서
괴롭고 외로운 나를 사랑해야 합니다
혼자 웃고
혼자 지껄이는 궁상보다
풋풋한 햇살 가득 받아
우리들의 뜨락에 뿌릴 때
파랑새는
그런 곳에 둥지를 틉니다
아,
그러나 갈라진 국토
허리 잘린 저 북녘땅엔
언제 파랑새를 날리며
어떻게 당신의 사랑을 보냅니까
진정한
우리들의 사랑에 파랑새는
언제 날려야 합니까
그대 유구한 세월 가슴에 안고
예순 일곱 송이 로사리오로
오늘 우리 안에 오셨습니다
마흔 날의 고통을 딛고
예수님도 함께 오셨습니다
이런 날은
당신과 빠스카의 신비
두 손으로 꼬옥 끼어안고
‘기쁩니다
우리 안에 오신
당신이 기쁩니다’
외치고 싶습니다.
◆구자룡
■1945년 만주 출생
■건국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가톨릭문우회 회원 민족작가협 회원
■현 부천전문대 출강 계간 부천문학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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