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는 향유가 가득 든 옥합을 깨뜨려서 예수께 부었다. 3백 데나리오어치의 향유가 든 옥합은 꽤나 큰 그릇이었을 것이고 한 방울도 없이 몽땅 부었다면 땅바닥에도 흥건히 퍼져 나갔을 것이다.『향기가 방에 가득 찼다』고 복음사가는 말한다.
구약성서 전도서 7장 1절을 해설한 대 미드라쉬라는 전도서 해설서는 유대아인들의 랍비 문서로서 다음과 같은 해설이 있다.『좋은 향유는 그 향기가 침실로부터 식당으로 퍼져 나가듯이 좋은 명성은 세계의 한 끝에서 다른 끝으로 전해진다』
오리게네스는 요한복음서의『한 방에 가득 퍼진 향기』와 마르코복음서의『그 여인이 한 일이 온 세상에 알려지게 될 것이다』라는 예수의 말씀을 한 맥락의 예언이 차고 연결시켰다. 그녀가 한 일은 예수께서 돌아가신 후 시체를 향유로 발라 염한 일이며 예수의 고난은 부활과 연결되어 예수께서 세상을 떠난 후 세세대대로 온 세상에 전해질 것을 예언한 것이었다.
마리아의 이번의 향유 바름은 갈릴래아에서와 같이 자기 죄의 통회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성령에라도 이끌린 듯 자기도 감지하지 못하는 그 틈에 주님의 죽음을 맞이하는 예비 행사였다. 사실 예수의 죽음은 갑작스럽고 폭력적이어서 통상적인 장례 절차를 치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녀는 제자들보다 주님의 말씀을 더 잘 알아들었다. 주께서 곧 돌아가실 것을 미리 감지하였고 이 사건에 대비하여 값을 따지지 않고 상급의 향유를 미리 마련하였던 것이다.
그녀는 주님께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을 다한 셈이다. 그러니 주님의 죽음이 전해지는 곳마다 때마다 그녀의 갸륵한 봉사의 마음씨가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 새겨질 것이다. 그런데 손님들 사이에 마리아의 행위에 대하여 못마땅해 하는 소리가 있었다. 불만의 소리를 터뜨린 사람을 마르코는 그들 중 몇몇이라고 하였고 마태오는 제자들이라고 하였다. 그 불만의 이유가 돈 때문이었다.
마르코의 몇몇 사람은 저녁에 초대되었던 유대아인들이었고 이들은 비록 예수께 호의적인 사람들이었지만 이유없이 값비싼 향유를 허비하는 것이 못마땅했을 것이다. 마태오의 제자들도 예수의 고통의 신비를 아직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고 막상 예수께서 체포될 때 뿔뿔이 도망쳤던 사람들이라 역시 이유없는 허비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요한은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의 대표로 가리옷 사람 유다스를 앞에 내세웠다. 그리고 불만의 동기를 돈에 대한 탐욕이라고 하였다. 유다스는 12제자 중 한 사람으로 제자단의 돈주머니를 맡았었고 공금을 빼돌려 사욕을 채우던 도둑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낭비된 향유는 3백 데나리오의 값어치가 나가는 귀중품이었고 그만한 돈은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데 쓰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 데나리오가 하루의 일 품삯이었으니까(마태 20, 2) 3백 데나리오는 거금이라고 할 수 있다. 마리아는 주님께 대한 사랑의 표시로 이 돈을 썼고 유다스는 돈에 대한 욕심을 은폐하기 위하여 세속적인 생활 이론으로 자기를 가장하였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유다스가 어느 집안 사람인가 하는 문제이다. 복음서에는 대개 가리옷 사람 유다스라고 명칭한다.
그런데 요한 복음서에 한 번「시몬의 아들 유다스」라고 되어 있다. 그리 고 오늘 이야기에서 예수께서 시몬의 집에서 식사하신다고 했고 그 회식자들을 소개하면서 라자로와 그 자매 마르타 마리아 그리고 유다스가 거명된다. 앞서 말한 대로 시몬이라는 사람이 라자로의 아버지일 것이라는 설에 따르면 회식하는 집은 바로 라자로의 집이며 아마도 유다스는 시몬의 큰아들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하는 학자도 있다.
예수의 대답에서 당신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리고 이제 예수께 대해서 제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가난 돕기가 아니라 장례를 어떻게 치루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한 만큼 마리아 홀로 할 일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리아는 예수에게 뜻깊은 일을 했기 때문에 십자가와 부활로 이어지는 복음 속에 들어와 예수와 끊을 수 없는 인물로 전해질 것이다.
유대아의 많은 서민층이 예수와 라자로를 보려고 모여들었다. 이들은 아마도 과월절을 지내러 지방에서 올라온 군중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라자로의 소생 기적 이야기를 듣고 예수를 믿게 되었고 이 사실은 대제관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예수뿐 아니라 라자로도 죽이려고 작정하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예수는 예루살렘을 향하여 다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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