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은 창간 제67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대학생 생명의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3월 21일 실시했다.
이번 조사의 일차적 목적은「인간 생명의 위기」라 일컬을 만큼 인간성 상실과 생명경시 현상이 만연해진 현 상황에서 오늘의 젊은이들이 생명에 관해 어떤 태도와 성향을 가지고 있는가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데 있다. 가톨릭신문은 앞으로「종교별」「분야별」「연령별」「지역별」「직업별」「교육 정도」등 계속적인 세부 설문조사를 통해 한국 가톨릭 교회 신자들뿐 아니라 한국민의「생명의식」을 전체적으로 종합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가톨릭계 대학교 서울 2개, 대구 1개를 임의로 선정, 1~4학년 남녀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면 총 5백20매 중 무응답과 응답의 신뢰도가 떨어지거나 무응답이 너무 많은 질문서 20매를 제외한 5백 매를 분석했다.
단 질문서 중 한 질문에 두 가지를 답한 경우는 그대로 포함시켰다.
이번 설문 분석은 질문지에 응한 5백 명의 대학생들을 성별, 종교별, 종교별 남녀 응답비로 구분해 분석했다. 설문에 응답한 대학생들의 연령은 대부분 20~24세 안팎이고 소수가 18~19세, 25~27세여서 연령별 분석은 제외했다.
◆22.5%만 낙태 반대
설문 응답자 5백 명 중 남자가 2백53명, 여자가 2백47명이었으며 그 중 천주교 80명(남 31ㆍ여 49), 개신교 1백5명(남 37ㆍ여 68), 불교 41명(남 18ㆍ여 23), 기타 및 무종교가 2백74명(남 1백67ㆍ여 1백7)이다.
조사 대상자의 일반적 특징을 보면 성별로는 남자가 50.6%,여자가 49.4%이며 종교별로는 천주교 16%, 개신교 21%, 불교 8.2%, 기타 종교 및 무종교가 54.8%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낙태) 시술 허용 여부에 대해 대부분의 남녀 대학생들이 성별, 종교별 구분없이「허용해야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인공임신중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 대해 △「찬성한다」가 6.8% △「반대한다」가 22.5% △「경우에 따라 할 수 있다」가 70.4% △「무응답」이 1.4%로 답했다.
「찬성」과 「경우에 따라 할 수 있다」를 합해 낙태 허용으로 보면 5백여 명의 응답자 중 77%에 해당하는 3백86명이 낙태 허용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낙태를 찬성한다」고 답한 6.8%에 해당하는 34명의 학생 중 남학생이 25명 여학생이 9명으로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낙태를 찬성하는 경우가 높았고 이들 중 천주교 2명, 개신교 7명, 불교 3명, 기타 종교 및 무종교가 22명으로 신앙을 갖지 않고 있는 학생들이 허용도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 생명의식 혼란
또한「낙태를 찬성하는 이유」에 답한 2백35명은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문제다 35.3% △가족계획상 필요하다 7.65%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때문에 9.78% 강간 임신인 경우 47.2% 등의 이유일 때 낙태할 수 있다고 답했다.
「낙태를 반대하는 이유」로는 △명백한 살인행위다 69.8% △건강을 해친다 8.81% △종교적 가르침 때문에 9.43% △성의 문란을 초래한다 12%로 답해 과반수 이상의 학생들이 낙태가 살인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그 중 천주교 신자와 무종교 학생들이 이러한 인식을 강하게 하고 있었다.
반면 낙태를 반대하는 이유로「종교적 가르침 때문」이라고 답한 경우가 9.43%에 불과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
오늘날 젊은이들의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기형아 출산 여부에 대한 태도와 뇌사, 자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만약 결혼 후 귀하의 태아가 기형 혹은 다른 이상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는 어떻게 하겠습니까」하는 질문에 △「낳지 않을 것이다」가 52.2%로 △낳을 것이다 15%와 △잘 모르겠다 31.8%에 비해 월등히 높았고, 남자의 경우 57.3%로 여자 46.9%보다 높았다.
이는 낙태를 반대한 이유로 과반수 이상이「살인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것과 비교해 볼 때 젊은이들 의식 속에 아직까지 인간 생명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이나 기준이 정립되지 않고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뇌사의 법적 허용」문제에 대해 △완전 허용해야 한다 44.8% △절대 안 된다 17.2% △잘 모르겠다 35% △무응답 3%로 응답 뇌사 인정에 대한 여론의 수용 정도가 꽤 높은 편이며 개신교 신자 중 16.1%가 뇌사에 반대한 반면 천주교 신자의 30%가「절대 불가」의사를 표명해 상당한 대조를 보였다.
하지만 천주교 신자 중 32.5%가「뇌사 허용을 찬성」하고 36.2%가「잘 모르겠다」고 유동적으로 답해 뇌사와 심장사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올바로 교육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뇌사의 법적 허용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장기 이식을 통해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으므로 76.6%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 9.58% △기타 13.7%로 나타나 뇌사의 법적 허용이 의학의 진보와 함께 타인의 생명에 도움을 준다는 의식이 지배적이었다.
◆신자 32% 뇌사 찬성
「뇌사의 법적 허용에 반대하는 이유」는 △사회 통념상 뇌사 인정은 시기상조다 12.7% △의학적으로 소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 21.8% △뇌사의 법적 허용 자체가 생명 경시 풍조를 확산할 우려가 있다 62.4% △기타 3%로 답해 상당수의 학생이 뇌사의 법적 허용에 따른 장기 매매와 같은 부작용으로 인한 생명 경시 풍조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자살에 대한 일반적 태도』를 물은 질문에 과반수에 가까운 45.6%인 2백28명의 학생이「자살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답한 것과 아울러 30.8%라는 높은 수치의 1백54명의 학생이「자살은 삶의 적극적인 표현 방식의 하나」라고 답해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자살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도덕적 종교적 명령에 가장 많은 수가 응답한 것은 당연하고 정상적인 일이나 자살을 정당화하거나 영웅시할 소지가 있는「자살은 삶의 적극적인 표현 방식의 하나」라는 견해에 30% 이상의 학생이 답한 것은 인간 생명에 대한 가치관 재정립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자살을 생각했던 경험 여부」에 대해 답한 3백48명을 상대로 자살을 생각하게 된 이유와 동기를 묻는 질문에 과반수가 넘는 64.3% 2백24명의 학생이「삶 자체에 대한 회의로 삶의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답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외에도 △일의 실패 10.6% △사회 모순 6% △생활고 5.17% △실연 6.9%의 이유로 자살을 생각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다수의 젊은이들이「삶의 의미를 상실」해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가치관 부재와 혼돈을 여실히 증명해 주는 것으로 젊은이들이 올바른 이상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는 사회 여건 조성의 긴급성이 요청됐다.
◆70% 자살 충동 경험
인간 생명에 대한 오늘날 젊은이들의 태도와 성향을 물은 이번 생명의식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것은 일차적으로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가치 혼란과 자기모순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젊은이들이 인간 생명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조력해 주는 건전한 사회 풍토 조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가정 및 학교 교육과 종교 교육을 통해 관념적으로나마「인간 생명의 존엄함」을 인식하고 있으나 사회 환경과 개인적 신상 변화에 따라 태도를 바꿀 충분한 의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설문자의 70.4%가「경우에 따라 낙태를 할 수 있다」고 답하거나「낙태가 명백한 살인 행위이므로 반대한다」는 학생들 역시 대다수가「자신의 태아가 기형일 때 낳지 않겠다」는 자기 모순을 보여주고 있어 무엇보다도「인간 생명」에 대한 확실한 가치관 정립이 젊은이들 사이에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생명의식 부재 증명
이번 설문조사의 또 다른 성과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생명의식 교육」에 각 종교계가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각성해야 됨을 촉구하게 된 점이다.
천주교를 비롯한 개신교, 불교 등 기타 기성종교는 지금까지 생명교육의 산실임을 자부해왔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 결과 신앙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나 무종교 학생들이나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사고방식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일례로 신앙을 가진 대부분의 학생들은 무종교 학생들보다「낙태를 반대」하는 수치는 높으나(천주교 42.5%, 개신교 27.6%, 불교 9.76%, 기타 및 무종교 16.7%)「경우에 따라 낙태를 할 수 있다」(천주교 53.7%, 개신교 66.6%, 불교 80.4%, 기타 및 무종교 75.1%)는 이원적 태도를 취하고 있음은 종교계의「생명교육」의 허점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따라서 투자와 노력에 상응한 교육 효과를 창출해 내기 위한 각 종교계의「생명」교육 프로그램의 전면적 개선이 요청되고 있다.
◆실천적인 교육 시급
이번 설문조사에서 보듯이 원론적인 종교적 도덕적 가르침은 오늘날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가치관 혼란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생명의식에 대한 교육은 도덕적 종교적 측면에서 일방적으로 교육하는 한계성을 보여왔다. 하지만 오늘날 생명문제에 대한 고민은 도덕적, 종교적, 측면뿐 아니라 환경 사회적 조건, 나아가서는 생태계의 문제와 직결될 만큼 그 범위가 넓어졌다.
따라서 인간 생명 존엄성에 대한 의식 고취를 위한 종교의 역할을 회복하고 제 자리를 찾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현대 사회의 가치관 변화를 직시하고 해결해 나가는 실천적 교육이 필요하다.
낙태가 살인임을 알면서도 경우에 따라 그 살인 행위를 감행할 수 있다는 이원적 사고방식과 삶의 의미를 상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대다수 학생들의 응답은 윤리적 인식 차원의 생명의식 교육과 실천적 차원의 행동 교육이 분리, 병행되어야 함을 드러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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