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연(왼쪽)·이연정 선수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찍은 남북단일팀 사진을 보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4월 27일 남북 정상들과 관계자들이 손을 맞잡고 한데 어울리는 모습은 전 세계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지난 2월에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에서 감동의 드라마를 선사했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의 모습도 오버랩 되는 순간이었다.
“평양냉면 꼭 같이 먹고 싶어요.”
남북단일팀에서 뛰었던 이연정(마리스텔라)·최지연(데레사) 선수는 북한 선수들이 평창을 떠나던 날 울먹이며 “다시 꼭 만나자”고 연거푸 말했었다.
남북단일팀 선수들에게도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을 불어넣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특히 두 가톨릭신자 선수들은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과 북이 점점 교류가 늘어났으면 좋겠다”면서 “서로 다른 부분을 점점 좁혀간다면 스포츠는 물론 다른 부분도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저희도 처음에는 한 팀이 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하나가 됐습니다. 갑자기 합치려면 힘들겠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표준시를 통일한 것처럼 서로 다른 부분을 좁혀나간다면 자연스럽게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지난 1월 북한 선수단이 충북 진천선수촌에 합류할 때만 해도 2018 평창 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믿거나 그 분위기를 실감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선수들이 대회 한 달 전 갑자기 거론된 ‘단일팀’을 받아들이기는 더욱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남북한 선수들은 함께 연습을 하고 경기를 하며 금세 하나가 됐다. 한일전에서 첫 골이 터지자 선수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껴안고 환호했다. 북한 응원단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최지연 선수는 “평창에서 같이 땀 흘리고 라커룸도 같이 쓰면서 하나의 팀이 됐다”고 말했다. 밥을 혼자 먹고 있는 이연정 선수에게는 북한 김은정 선수가 다가와 “혼자 밥 먹으면 시집 못간다”며 같이 밥을 먹기도 했다.
단일팀이지만 서로 쓰는 용어가 달라 소통하기 힘들었던 추억도 있다. ‘슛’은 북한말로 ‘쳐넣기’, ‘패스’는 ‘연락’이다. 선수들은 서로 다른 용어를 정리해 표로 만들어 함께 배우고 익혔다고 한다.
하지만 두 선수는 당시 “서로 다르다는 느낌보다 한민족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면서 “생일축하 노래도 달랐지만 서로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생일파티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향미 선수도 북한으로 돌아가기 직전 인터뷰에서 “내 생일에 지연이가 노래를 불러줬는데 그때 정말 친동생처럼 여겨졌다”면서 “더 이상 갈라지지 말고 하나가 되어 그 노래를 다시 불렀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연정 선수는 “라커룸에서 슬픈 발라드 노래가 나오자 북한 선수 몇몇이 훌쩍거리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갑자기 왜 우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노래 가사가 이별했는데 다시 못 만나는 내용인데 너무 슬프다는 거예요. 우리도 헤어져야 된다는 생각에 저도 울컥했습니다.”
두어 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두 선수는 여전히 북한 선수들을 보고 싶은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평창올림픽 당시 찍은 사진과 영상을 요즘에도 자주 봅니다. 앞으론 더 자주 사진이 아니라 직접 보고 대화할 수 있겠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이연정(맨오른쪽)·김향미(가운데) 선수 등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