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째 계명,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
무죄냐 유죄냐? 일단 법정에 서면 누구나 공정한 판결을 받을 권리가 있고, 이것은『이웃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하면 안 되는』(출애 20, 16) 증인의 역할에 크게 달려 있다.
이 계명은 침해당하기는 그토록 쉬워도 여론 앞에 회복되기는 그토록 어려운 인간의 존엄성과 명예를 존중할 것을 권고한다.
진실문제는 단지 개인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관계의 인간적 품격에 관한 것으로 사회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새 교리서는 힘주어 주장한다. 『진실에 어긋나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것은 특별한 중대성을 띠게 된다. 법정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거짓 증언이 된다. 선서를 하고 나서 그렇게 하는 것은 위증이다. 이런 식의 행동은 무고한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게 하거나 범죄자가 무죄 판결을 받게 하는 데에 또는 피고의 형벌을 가중시키는 데에 이바지한다. 그것은 재판의 행사와 판사들이 내리는 판결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해친다』(<2476>)
이 계명의 현실성을 이해하는 데에는 특별한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다. 전체주의 정권들이 연출한 대대적인 재판 조작 사건들은 인류 역사의 수치이다.『윤리는 진실을 조직적으로 왜곡하고 매스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정치적으로 지배하며 공개 재판에서 피고와 증인을 조작하고, 자기들이 사상 범죄로 간주하는 모든 것을 억압하고 탄압함으로써 독재를 확고하게 한다고 믿는 전체주의 국가들의 상처를 고발한다』(2499)
이웃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은 비단 법정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정보의 자유를 내세워 모든 것을 세상에 알리는 정보 매체들의 횡포를 생각해 본다. 이들은 너무나도 경솔하게 때로는 악의적으로 한 사람을 해치는, 사실과 판단을 유포시킬 때가 있다. 매일 같이 신문과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 사람들은 마치 하나의 법정에 서게 되는 셈이다.
정보매체들은 시민들의 민주적인 공동생활을 위해 귀중한 것이다. 그러나『사회는 진리와 자유와 정의와 연대성에 입각한 정보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2494) 이 계명의 윤리는 오늘날 인간의 존경받고 명예를 지킬 권리를 책임감 있게 보살필 것을 요구한다.
『여덟째 계명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진실을 왜곡하는 것을 금한다』(2464) 우리는 판단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그러나 어떠한 자세로 또는 어떠한 정신으로 그렇게 할 것인가? 호의적으로 판단할 것인가? 아니면 무자비하게 할 것인가? 진실을 존중하는 가운데 우리는 이웃을 위해 피고측 변호인이 되어 줄 수 있다. 우리는 간음한 여인 앞에서 예수님과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취한 행동을 잘 알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진실이 아니라 바로 자비심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이웃을 위해 자비로운 변호인이 되도록 하시려고 피고측 변호인이 되신다. 우리는 자비심을 갖고 대인관계와 사회관계를 이끌어 감으로써 피고측 변호인이 되는 것이다. 권리와 제도에 대한 우리의 열렬한 관심은 자비의 관점에서 펼쳐져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와 사회 안에서의 그들의 행동에서 자비를 됫박 밑에 놓아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교 윤리는 오로지 자비를 실행함으로써만 자신의 정체를 가장 잘 드러내고 윤리와 정치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진실 전달에 대한 권리는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생활을 형제적 사랑의 복음적 계율에 일치시켜야 한다. 이것은 구체적 상황에서 진실을 요구하는 사람에게 그것을 밝히는 것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을 요구한다』<2488>
진리와 사랑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사랑 없이는 어떠한 진리도 있을 수 없고 진리 없이는 어떠한 참된 사랑도 있을 수 없다. 이 계명의 관점과 그리스도의 빛으로 진실을 말함은 사랑의 시각에서 이웃을 존경하고 배려하여 진실을 말함을 뜻한다. 정직은 모든 것을 다 밝히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진리를 우롱하는 사랑은 거짓 사랑이요 사랑을 깨뜨리는 진리 예찬은 거짓 예찬이다. 진리의 본질적 요소는 사랑이다』(파스칼)
이 대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504>『이웃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못한다』(출애 20, 16)그리스도의 제자들은『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으로 하느님을 따라 창조된 새로운 인간을』(에페 4, 24)입었다.
<2505>진리 또는 진실성은 이중성, 위장, 위선을 피하여 자신의 행동에서 진실된 태도를 보이고 자신의 말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2506>그리스도인은 행동과 말에서『주님의 증거를』(2 디모 1, 8) 부끄럽게 생각하면 안 된다. 순교는 신앙의 진리에 대한 최상의 증거이다.
<2507>인간의 명성과 명예 존중은 비방하거나 모함하는 모든 태도나 말을 금한다.
<2508>거짓말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는 이웃을 속일 의도로 거짓을 말하는 것이다.
<2509>진실에 반하며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배상이 요청된다.
<2510>「황금률」은 구체적 상황에서 진실을 요청하는 사람에게 그것을 밝히는 것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식별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2511>『참회성사의 비밀 봉인은 불가침이다』(교회법 983조 1항) 업무상의 비밀은 지켜져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해로운 비밀을 누설하면 안 된다.
<2512>사회는 진리와 자유와 정의에 입각한 정보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
사회 홍보매체의 사용에 있어서는 규율과 절제가 반드시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 옳다.
<2513>미술, 특히 성 미술은『그 본질상 인간의 작품으로 어느 정도 표현해 보려는, 하느님의 한없는 아름다움을 지향한다. 또한「그것은」…사람의 정신을 정성되이 하느님께로 향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을 두지 않는 만큼, 하느님과 하느님께 대한 찬미와 영광을 위해 봉헌되는 것이다』(전례헌장 12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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