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기업이 환경오염에 큰 책임이 있다고 해도 국민들에게도 많은 책임이 있어요.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 자신들로부터 환경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구로동 이동무(헬레나ㆍ56세ㆍ구로본동 본당)씨는 환경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실천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에게는 막상 설거지보다 먹고 남은 음식을 분류, 정리하고 땅에 묻는 일이 더 큰 일이다. 음식 찌꺼기 중에서 집에서 키우는 개밥을 나누고 그래도 남는 것은 앞마당에 구덩이를 파고 묻은 후 화초나 호박을 심어 기르면 훌륭한 밭이 된다. 빨래는 폐식용유로 만든 재활용 비누를 이용하고 머리를 감을 때는 쌀겨로 만들어진 저공해 샴푸를 쓴다. 계란이나 귤껍질을 한데 모아 두었다가 홍천에서 유기농을 하고 있는 농민들에게 갖다 주고 신문, 잡지 등도 모아 동네 할머니들에게 전해준다. 비닐 봉투도 모아두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고 야외로 놀러 가면 한 조각의 쓰레기도 버리고 오는 일이 없다.
■환경오염, 국민의 책임
이씨의 말대로 우리나라의 환경오염은 국가 정책, 기업의 생산활동뿐만 아니라 인구 증가 및 산업화에 따른 도시화 현상과 함께 일반 국민들의 잘못된 생활 습관에 절반 이상의 책임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생활 쓰레기 배출량은 경제 성장에 따른 생활수준 향상과 비례해 연평균 6~10%씩 증가해왔다. 환경처에 따르면 하루 쓰레기양은 87년 6만7천t, 89년 7만8천t, 91년 9만2천46t으로 증가했고 1인당 하루 쓰레기 배출량도 85년 1.9kg, 87년 2.0kg, 89년 2.2kg, 91년 2.3kg으로 계속 늘어왔다. 이를 91년도 미국의 1.3kg, 일본의 1.0kg, 독일과 영국의 0.9kg 등과 비교해 보면 엄청난 양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생활하수는 하천 유입물질의 60%를 차지해 수질오염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한강의 경우 오염원의 88%를 생활하수가 차지하고 있다. 또 자동차 배기가스가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도 60%를 넘는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92년도 하반기를 기점으로 쓰레기 배출량이 급속하게 줄어 92년도의 경우 전년 대비 무려 18.6%나 줄어 하루 쓰레기 발생량 7만5천96t, 국민 한 사람당 매일 쓰레기 배출량 1.7kg으로 대폭 감소했다. 또 92년도 이후 재활용품 수집량도 급격하게 증가해 92년 1분기에 8만7천4백47t이었던 수집량이 93년도 1분기에는 32만7천3백94통으로 무려 2백74%나 증가했다.
■민간 환경운동 단체의 성장
쓰레기 배출량의 감소 추세는 일반 국민들이 환경문제를 더 이상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확산됐음을 보여주는데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민간 환경운동 단체의 역할이 크다.
1982년 5월 한국 공해문제연구소 출범 이래 계속 성장해온 민간 환경운동 단체는 1980년대 후반 이후 급속하게 성장해 환경문제를 사회 문제화하고 범국민적인 관심을 유발하는 데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1988년 공해추방운동연합, 1989년 환경과 공해연구회가 결성됐고 1991년 경실련, YMCA 등 기존 시민운동 조직의 참여, 1993년 배달환경연합이 전국 조직으로 개편되는 한편 4월 전국의 환경단체들이 서울의 공해추방운동연합과 통합, 환경운동연합으로 개편됐다. 지난달 24일에는 18개 민간 환경단체가 환경처와 공동으로「민간환경단체협의회」를 발족, 환경 현안문제에 공동 대처키로 결정했다.
교회 내에서는 이미 오래 전 가톨릭 농민회를 중심으로 유기농법의 도입과 무공해 농산물의 경작 및 공급에 힘썼고 정의평화위원회, 한국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하늘ㆍ땅ㆍ물ㆍ벗」모임, 대구대교구의「푸른 평화」등 환경 보전을 위한 소공동체 모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여러 본당에서 지역적 특성에 맞는 환경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민간 환경운동 단체의 가장 큰 성과는 국민들에게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1990년대에 들어서는 언론사의 주도하에 생활실천운동으로서 환경 캠페인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전문 환경운동 단체, 일반 시민단체와 종교단체들이 일반 국민들의 환경교육에 많은 부문을 담당함으로써 어느 정도 범국민적인 관심사로 확산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국민들의 발전된 환경의식과 환경운동 단체의 성장은 정부와 기업이 환경문제를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를 야기했다. 지난해 말부터 환경운동 단체들은 오염 물질 배출업소에 대한 불매운동을 추진해오면서 기업의 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정부는 이제까지 비밀로 되어있던 환경 정보를 조금씩이나마 개방하기 시작했고 쓰레기 매립장이나 핵 폐기물 처분장 등의 설치시 주민들의 의사를 수렴하도록 규정, 부분적이나마 주민 참여의 길을 제도화했다.
■환경운동의 시작은 가정에서
앞으로 환경운동은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환경의식의 고양에 힘입어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문제의 해결은 결코 국가의 환경정책이나 기업의 기술 개발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오직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한 환경운동이 발전할 때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환경운동은 반드시 전문가들의 것일 수만은 없다. 환경보전운동은 가정에서 시작돼야 한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생활실천운동은 곧 환경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각 가정에서의 환경 보전을 위한 실천은 이웃과 함께 하는 소공동체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런 모임은 더 큰 범위로 연대성을 갖고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실천운동은 전문적인 환경운동 단체의 활동을 지원하면서 기업과 정부의 환경오염 행태를 감시, 고발하고 이에 대해 강력한 압력을 가함으로써 환경 감시자의 역할로 연결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갈 권리를 갖고 있으며 환경문제의 해결이 어느 누구만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든 국민 각자의 손으로 이루어야 할 임무임을 자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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