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보다 완벽하고 현실감 있는 소품들을 제작해 방송의 재미와 감동을 더해 주고자 남모르는 땀을 흘려온 장인이 있다.
「도깨비 방망이」「황금의 손」이라는 별명을 가진 박상진씨(59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여년을 MBC 방송국에서 소품 제작자로 활동해온 그는 지난해 정년퇴임, 방송국을 떠났으면서도 아직 방송일을 버리지 못했다. 방송 미술에 대한 소명을 다하기 위해 올해 초「그린기획」이란 작업실을 서울 목동에 마련한 그는 여기서 각종 소품 및 장신구, TV 장치 등을 제작, 방송 미술의 발전을 향해 남다른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TV는 종합예술입니다. 화려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진지한 연기를 펼치는 사극에서 배우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 방 안의 소품 하나가 현실적이지 못하면 그 드라마는 코미디가 되고 맙니다. 아무리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도 미술품이 완전한 꼴을 갖추지 않으면 방송은 그 의미를 잃게 되는 거지요"
그는 TV에서 미술이 차지하는 가치와 중요성이 그만큼 인식되지 못하는 방송 풍토가 여간 안타깝지 않다. 이제는 편안한 60대를 준비할 나이건만 여전히 현역으로서 소재 개발과 후배 양성을 위해 오늘도 바쁜 걸음을 걷고 있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순수 예술가였던 박씨가 응용 미술 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60년 말 유학간 일본에서 구경하게 된 식품 모형 때문이었다. 단순히 "저걸 만들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만으로 귀국한 그는 한국 최초의 식품 모형 제조 회사를 차리기도 했지만 이후 경쟁 업체의 난립과 함께 몰아닥친 석유파동을 겪어야 했다.
그러던 중 "좋은 재능을 가지고 방송국에 와서 방송 미술의 발전에 힘써 달라"는 친구의 권유에 MBC에 입사한 그는 원시시대의 돌도끼에서부터 미래 SF 영화에 등장하는 미래의 무기, 심지어는 중세 때 유럽 병정들의 철모와 총기류에 이르기까지 현실적이면서도 참신한 소재를 개발하고 창의력을 발휘해 방송 미술의 질적 향상을 앞당겨왔다. 그가 대표작으로 꼽는 소품은 바로「동토의 왕국」에 등장했던 10자(약 300cm) 가 넘는 크기의「김일성 동상」이다.
"소품을 만들면서 하느님의 창조 질서와 자연의 모습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발견하게 된다"는 그는 "하느님이 주신 능력을 힘껏 발휘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평생 직장이며 신앙"이라는 생각으로 직장에서, 교회 안에서 평신도 사도직을 열심히 수행해 나가고 있다.
현재 가톨릭문화선양회에서 부인 신명자(52세ㆍ헬레나)씨와 함께 부부가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한국 천주교 1백50주년 행사 집행본부장을 맡아 활동했으며 평협 전국 및 서울 조직부장, MBC 가톨릭신우회 회장, 꾸르실료 임원, 성체대회 때 총연출 등 교회 안의 모든 평신도 사도직 활동에 앞장 서온 보기 드문 일꾼이기도 하다.
"고화질 TV 시대가 도래하면 지금과 같은 눈속임으로는 절대 방송의 질적 발전은 이룰 수 없다"는 다짐 아래 방송 미술의 개척에 뛰어든 그는 "비록 화려한 TV 화면 뒤에서 일하는 삶이지만 참으로 매력있고 소명감을 불러일으키는 직업"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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