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갈 곳 없는 지체 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곳, 서울 성북구 삼선교에 위치한「사랑의 선교수사회」에는 항상 봉사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용각(12세ㆍ요한)이도 이곳을 찾는 봉사자들 중의 일원이지만 다른 점이 있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뿐만 아니라 용각이는 레지오 단원들과 친구들끼리 그룹을 지어 이곳을 방문하는 것과 달리 엄마 김금주씨(45세ㆍ안나)와 누나 효림이(21세ㆍ보나), 효진이(18세ㆍ데레사) 등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는다.
병든 몸을 이끌고 외롭게 살아가는 아저씨와 할아버지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나눠주길 벌써 6년째, 용각이네 식구들은 이제 스스로를 봉사자라기보다는 사랑의 선교수사회의 또 다른 식구라고 칭한다.
용각이가 5살 나던 해부터 찾아온 사랑의 선교수사회, 사실 용각이네 식구들은 "이곳에서 실시한 봉사보다는 오히려 받아온 사랑과 위로가 더 많았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가족이 함께 오려고 한 것은 아니었어요.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인 목적도 없었구요. 제가 직장에 다니다 보니 아이들은 제가 개인적인 용무나 시간을 가질 때면 어디든지 같이 따라나섰어요. 사랑의 선교수사회도 그래서 아이들과 같이 다니기 시작했지요"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무과에 근무 중인 김금주씨가 사랑의 선교수사회를 찾게 된 것은 87년 11월 서울 혜화동 본당의 자모회에서 활동하던 때였다.『연말이니 가까운 복지시설에 봉사가자』는 회원들의 제의에 선뜻 응한 것이 계기였다. 김씨는 당시 89년에 열릴 세계성체대회를 앞두고 한마음한몸운동의 헌안운동에 참여하기로 마음먹고 나눔에 대해 깊이 묵상하고 있었다.
「1백 번 희생하겠다」는 결심으로 매일 같이 드나들던 이곳에 아이들까지 합세하자 김씨는 동지를 얻은 것 같아 더욱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그러는 사이 처음 이곳에 오는 다른 봉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서먹서먹하기만 했던 이곳 아저씨들과의 관계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큰딸 효림이는 "처음에는 엄마랑 와서도 줄곧 부엌에 가 음식 준비를 하거나 설거지를 했었다"면서 "그러나 자주 다니다 보니 아저씨들이랑 친해지기도 하고 또 이곳에 사시는 아저씨들이 식사를 차려드리는 것보다 저의 생활 얘기를 들려드리고 또 아저씨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을 무척이나 기뻐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용각이네 식구들의 봉사활동은 몸이 불편한 이곳 아저씨들의 빨래나 식사 준비보다는 그저 한 식구처럼 함께 있어주고 대화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우리 청소년들은 자기 가족에 대해서나 자신이 태어난 환경에 대해서 어느 정도 불만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선교수사회에 다니면서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이 바로 몸 건강히 생활할 수 있고 또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에 대해서 깊이 묵상할 수 있게 된 점이죠"
이제 입시생이 된 둘째 효진이는 "공부에 대한 압박감이나 학교생활에 지칠 때면 이곳의 수사님들이나 아저씨들과 얘기하며 세상에서 묻힌 때를 벗기곤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제 숙녀가 되어버린 효진이와 효림이는 아무래도 사랑의 선교수사회보다 다녀볼 곳도, 봐야 할 것도, 공부할 것도 많아져 자주 방문하지 못한다.
아직 국민학생인 막내 용각이가 누나들의 몫까지 다해 사랑의 선교수사회 수사님들과 아저씨, 할아버지에게 아들 노릇, 손자 노릇을 하는 재롱둥이다.
"막내 용각이는 아주 어려서부터 이곳에 드나들어 아주 우리집이 돼 버렸어요. 항상 수사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또 수사님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자주 접하다 보니 자기도 이다음에 커서 성직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지요"
엄마 김금주씨는 내심 "성직자가 되겠다"는 아들이 기특하기도 하지만 한편 멀고도 힘든 길을 혼자 걸어가야 하는 아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겉에서 보기에는 우리보다 어려운 이웃들을 도우러 가는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가정이 받은 도움이 더 많아요. 아이들은 이곳에 다니면서 가족간에 공통된 주제가 있어 함께 대화할 시간도 많아졌다고 해요. 그리고 우리들의 이러한 작은 정성이 신앙의 문을 열지 않고 있는 아빠를 위한 기도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우리 가정, 우리 자식, 우리 부모만이 아니라 주위의 사랑에 헐벗고 굶주린 이웃들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그것은 바로 우리 가정의 화목과 평화를 위한 또 다른 관심과 노력임을 김금주씨 가정은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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