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 속의 어르신네가 왕위를 받고 돌아와서 처리해야 할 일이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그가 왕위 전수를 위하여 떠난 후 이를 반대했던 사람들과 떠날 때에 맡기고 갔던 돈을 제대로 이용하지 않고 묻어 두었던 사람들의 처리문제였고 또 하나는 자기를 신임하고 맡은 일을 충실히 이행한 사람들의 보상문제이다.
주인은 그동안 충실하게 일한 종들을 포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섯 달란트를 받아 가지고 다섯 달란트를 더 번 종에게(루카복음서는 한 미나를 받아가지고 열 미나를 더 번 종에게) "잘했다. 너는 과연 착하고 충성스러운 종이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하였으니 내 가 큰 일을 너에게 맡기겠다. 앞으로 열 고을을 다스리게 하겠다. 자,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그리고 두 달란트를 받아가지고 두 달란트는 더 벌어들인 두 번째 종에게는 같은 찬사를 하며 그 능력이 상응하는 다섯 고을을 다스리게 하였다.
여기서 마태오와 루카가 같은 비유에서 주인이 종들에게 맡긴 돈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마태오의 경우 달란트의 비유는 열 동정녀의 비유에 이어지는 교훈이다. 열 동정녀의 경우 신랑이 오는 날을 기다리는 동정녀들 중 다섯은 깨어 있으면서 제때에 신랑을 맞아들였고 다섯은 그만 잠이 들어 신랑을 놓쳐 버렸다. 마지막에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맞을 준비 태도에 관한 교훈이다.
이어지는 비유에서는 일을 맡은 사람들의 충실성에 대한 교훈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마태오의「주인」은 자기의 온 재산을 능력에 따라 세 가지 부류의 사람들에게 맡기는데 다섯 둘 한 달란트로 각각 나누어 맡겼다.
온 재산을 맡기는 데 역점을 두었기 때문에 달란트라는 거금의 화폐 단위를 쓴 것이다. 루카에 있어서는 한 달란트의 60분의 1에 해당되는 한 미나를 맡겼다. 그러나 충실한 종에게는 그 십 배의 보상을 해준다.
루카는 작은 일에도 충성스러운 종은 충성의 보상으로 엄청나게 큰 보상을 받는다는 데 역점을 두었다. 그러나 충성스럽지 못한 종은 벌을 받는다. 직무유기죄로 다스렸다고 할 수 있다. 제3 부류의 종은 자기가 맡은 일에 충실치 못했을 뿐 아니라 제 잘못의 탓을 주인에게 돌린다. 그는 주인을 무자비한 폭군으로,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주의자로, 돈만 아는 수전노로, 몰아붙인다. 주인에 대한 나쁜 영상은 인간에게 요구만 하는 하느님의 개념을 가졌던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 개념을 기반으로 바리사이파 사람들 자신이 신경질적인 율법 준수를 내세워 사람들을 수탈하였다. 이들은 율법 타성에 젖은 나머지 구각을 깨고 나올 수가 없었다. 이들에게는 하느님께서 더 이상 인류 구원의 대업을 맡길 수가 없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율법의 가치까지 빼앗길 것이다. "저 자에게서 한 달란트마저 빼앗아 일 잘하는 사람에게 주어라. 누구든지 있는 사람은 더 받아 넉넉해지고 없는 사람은 있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이 말은 하나의 격언이지만 교회를 제자들에게 맡긴 주님은 능력 있고 충실한 사람들에게 끝없는 일을 맡기실 것이라는 암시이기도 하다.
교회 안에서 일복이 터진 사람은 죽을 때까지 일을 하다가 후세에 또 그 일을 인계하고 죽는다. 이렇게 하여 교회는 주님의 복음을 세상 마칠 때까지 전파할 것이다. 쓸모없는 종은 바깥 어두운 곳에 내어 쫓기고 충실하고 부지런한 종은 주님의 기쁨에 들 것이다. 이제 남은 일은 주인이 왕이 되는 것을 반대하던 사람들의 처단이다. 이들은 주님의 원수로서 극형을 당할 것이다. 반대자들을 죽이라고 명령하는 이야기는 예수께서 재림하실 때의 상황과 잘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이 이야기는 헤로데 대왕의 아들 아르캘라오스가 로마에 왕권을 승인 받으러 갔을 때 그 반대파들이 반란을 일으켰다가 살해된 사실을 알고 있던 당시 청중들에게는 충분히 납득이 되는 일이었고 따라서 메시아 예수그리스도를 따르고 안 따르는 일이 생사가 달린 심각한 문제라는 자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