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잃었던 남매 찾은 김원제·윤복순씨 부부
“부모 품에 다시 안긴 자녀, 하느님이 주신 기적”
생계 때문에 떨어져 살다 실종 사실 뒤늦게 알게 돼
프랑스 한 가정에 함께 입양됐다 경찰 도움으로 찾아
신합덕본당서 환영의 자리 마련… 극적인 만남 이뤄
5월 5일 대전교구 신합덕성당에서 잃었던 아들과 딸을 37년 만에 만난 김원제·윤복순씨 부부가 남매와 포옹하고 있다. 맨 왼쪽이 딸 김영숙씨,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김영훈씨.
생명의 존귀함을 마음에 새기는 생명주일에 대전교구 신합덕성당에서는 37년 동안 생사를 모른 채 떨어져 지냈던 부모와 남매가 만나 하느님이 선사한 혈육의 정을 잇는 극적인 만남이 있었다.
5월 5일 오후 7시30분경 김원제(요셉·76·대전교구 신합덕본당)·윤복순(마리아·68) 부부는 성당에 들어서는 김영훈(47·프랑스명 Alexandre Heuguet)·김영숙(44·Anna-Laure Heuguet) 남매를 한눈에 알아보고 부둥켜안았다.
“엄마가 절대 너희를 버린 게 아니야. 돈 벌어서 같이 살려고 하다가….” 엄마 윤복순씨는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된 딸을 끌어안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의 사연은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각각 10살, 7살이었던 영훈·영숙 남매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부모와 떨어져 충남 아산에서 조부모와 생활하고 있었다. 지병을 앓던 조부모가 갑자기 사망하자 같은 마을에 살던 작은아버지가 남매를 부모에게 데려다주려 길을 나섰고 이때 남매를 잃어버렸다.
작은아버지는 미안함으로 이 사실을 바로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채 얼마 뒤 사망했다. 김원제·윤복순 부부는 1년이나 지난 뒤에 남매가 실종된 사실을 알았다. 이후 부부는 실종된 남매를 마음에 품으면서 죄책감 때문에 자녀를 더 갖지 않았다.
2007년 신합덕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부부는 기도 속에서 잃어버린 자녀들을 기억하며 눈물로 시간을 보냈다. 윤복순씨는 “자녀들을 다시 품에 안을 수 있게 된 것은 하느님이 주신 기적”이라고 말했다.
만남이 이뤄지게 된 계기는 2017년 7월부터 충남경찰청에 장기실종 전담수사팀이 운영되면서다. 경찰은 오빠 김영훈씨가 당시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 사진을 근거로 인근 초등학교에서 기록을 찾았다. 해외입양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수사를 펼친 끝에 남매가 함께 프랑스의 한 가정에 입양된 사실을 확인했다.
신합덕본당(주임 김문수 신부)은 5월 6일 교중미사에 이들 부부와 남매를 초청해서 환영의 자리를 가졌다. 남매가 한국에 올 때까지, 성당에 만남 장소를 준비하는 등 자기 일처럼 기도 속에 함께 만남을 고대했던 본당 신자들은 연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딸 김영숙씨는 “늘 부모님 만날 희망을 잃지 않고 기다렸다”고 말하고 “이 시간 자체가 기적이고 기쁨”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우리의 만남이 아직 가족을 만나지 못한 다른 입양 가족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