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에 알맞은 윤리를 심의하고 또한 좋은 창작 미사곡 및 성가를 발굴, 보급하고 활성화시키는 중심적인 교회기구의 마련이 교회음악 토착화에 있어 필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교회음악을 관장하는 기구는 전무한 상태.
서울대교구 종교음악연구소, 성음악 토착화연구원, 가톨릭음악인협의회, 대구 가톨릭음악인협회 등 교회음악과 관련해 개별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는 다수지만 이들 단체들의 활동 구심점으로써 한국 교회음악의 흐름을 주도해나갈 총체적인 기구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례음악을 비롯 국악미사곡, 일반 성가, 생활성가 등에 이르는 교회음악은 토착화라는 거대한 목표 앞에 어떠한 흐름이나 실험, 연구없이 만들어지면 만들어지는 대로 신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영화 주제곡이나, 민요 등에 가사만 가져다 붙여 미사곡의 일부로 사용하고 있는 것. 적지 않은 본당의 청년미사나 청년 단체의 미사에서 이러한 풍경은 흔히 볼 수 있다.
최병철 교수는 "단지 듣기에 좋다고 해서 전례음악으로도 좋은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면서 "어떤 곡이나 가사가 전례음악으로 사용될 때 과연 그 곡이 전례 정신에 맞느냐, 또한 그만한 음악적 가치가 있느냐를 충분히 연구, 심의해야만 한다"고 전했다.
"아무리 신자들이 부르기 쉽고 듣기에 좋은 곡이라 할 지라도 전례음악에는 들어맞지 않는 퇴폐적인 분위기를 가진 곡이 현재 어떤 심의나 제재를 받지 않고 교회 안에 널리 퍼져 있는 것은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성음악의 윤리를 전담하는 기구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음악의 대중화 및 저변 확대를 위해 복음적인 내용이 실린 생활성가의 경우와는 달리 전례음악의 경우, 전례정신, 기법, 흐름 등의 여러 가지 문제를 선택, 고려해야 한다.
누구나 능력이 되면 자유롭게 작곡을 실시하고 발표할 수 있지만 공개명으로 전례음악으로 사용되어질 때에는 그만한 학문적 연구와 시범을 거쳐야 한다는 게 교회 음악가들의 대체적인 주장이다.
종교음악연구소 소장 차인현 신부는 "자유는 좋지만 적당 기관에서 필요한 것에 한해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감정, 분위기에 치중하는 대중적인 음악도 필요하고 좋기는 하지만 교회의 문화적 유산으로 남을 것은 되지 못하므로 영혼에 심금을 울려주는 내적인, 영혼적인 교회음악의 창작과 연구에 치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차 신부는 "서울대교 내 출판 검열관과 같은 기구가 교회음악에도 마련돼 적당한 통제와 선별작업이 요청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회음악과 관련한 기구 및 제도의 마련을 위해서는 전례음악의 정신에 관해 연구할 성직자와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능력을 충분히 갖춘 평신도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게 교회음악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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