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유에서 왕위를 받으러 떠나는 나리는 예수님이시다. 그 분은 이제 하느님 아버지께 가서 모든 민족을 다스리는 왕권을 받고 또 다시 이 세상에 오실 것이다. 또 다시 오신다는 뜻은 십자가에 죽으셨다가 부활하실 것을 뜻하기도 하고 승천하여 성부 오른편에 앉으셨다가 40일 후에 성령이 내리시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궁극적으로는 세상 마칠 때에 재림하실 것을 뜻한다.
그런데 그저 떠나버리는 것이 아니고 부하들에게 할 일을 맡기고 떠난다. 그 할일이란 각자에게 얼마의 돈을 맡기고 그 돈을 잘 이용하여 이익을 남기라는 것이었다. 루가복음서에서는 종 열 명을 불러 각자에게 10미나씩을 맡긴 것으로 되어 있고 마태오 복음서에서는 세 사람에게 맡기는데 각기 능력에 따라 한 사람에게는 다섯 달란트를 둘째 사람에게는 두 달란트를, 세 번째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를 맡긴 것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부하 열 사람과 세 사람의 차이가 있고 마태오의 달란트와 루가 미나의 차이가 있다. 돈의 가치로 보아 달란트와 미나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돈을 맡은 사람의 수와 돈의 가치 차이는 복음서 저자의 글 쓰는 견해 차이일 뿐 비유의 의도는 같은 맥락을 유지하고 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설파한 하느님 나라는 제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완성품으로 임하는 것이 아니고 그 기틀을 마련할 뿐이고 그 나라는 유약한 상태로 제자들에게 맡겨졌고 이것을 맡은 제자들은 능력껏 이 나라를 키우고 번영시켜야 할 것이라는 것이 이 비유의 가르침이다.
마태오 복음서는 나리가 돈을 맡기고 떠나간 다음 돈을 맡은 부하들의 활동상을 소개한다. 다섯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자기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또 다른 다섯 달란트로 늘렸다. 두 번째 사람은 두 달란트를 맡았고 역시 두 달란트를 늘렸다.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는 주님의 일을 맡은 사람들의 재능의 차이이며 주님이 일을 맡길 때도 그 재능에 따라 은총을 내리신다는 교훈이다. 이 교훈은 후대에 교회가 교리를 확정하면서 교직을 수여받으면 그 직능에 상응하는 직능 은총을 받는다는 교리의 기조가 되었다.
재능의 차이는 본인의 잘잘못이 아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대로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면 된다.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이것을 활용하지 못하고 땅에 묻어 두었다. 재능이 없이 일을 맡았기 때문이고 일을 맡았지만 일하기가 싫어서 게으름을 부리는 직무 유기자이기 때문이다. 루가복음서는 마태오 복음서와 돈의 종류와 수가 다르다. 그리고 이 비유를 말씀하신 장소와 때도 다르다. 루가의 경우에는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도달했을 때 바야흐로 군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팔마의 입성을 하려는 찰나에 이미 나의 비유를 말씀하셨고 마태오의 경우에는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셔서 예루살렘 도성의 멸망을 예고하고 무화과나무의 비유, 충성스러운 종과 불충한 종의 비유, 열 동정녀의 비유 등과 함께 주께서 다시 오시는 날에 있을 사정을 설명하는 일환으로 달란트의 비유를 말씀하셨다.
하여튼 루가의 나리는 왕위를 받고 돌아와서 맡겼던 돈에 관하여 보고를 받는데 첫 사람은 받은 만큼의 열 미나를 더 늘렸고 둘째 사람은 다섯 미나를 더 늘렸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그것을 손수건에 쌓아두었다가 주인에게 그대로 되돌려준다. 여기서 열 사람 중 세 번째 사람에 대한 셈만 헤아리는데 나머지 사람들에 대한 말은 아예 언급하지도 않았고 이 사람도 분명히 열 미나를 받았는데 본문에서는 미나를 단수로 표현하여 마치 한 미나를 맡았다가 되돌려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것은 재능을 많이 발휘한 사람, 좀 덜 발휘한 사람, 그리고 전혀 발휘하지 않고 딴전을 부린 사람, 이렇게 세 종류의 일꾼들로 세분하려는 저자의 뒷생각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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