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 신학의 핵심적인 주제의 하나는「다만 성서」(sola Scriptura)일 것이다. 당시 교회가 스콜라주의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있다고 비판한 루터는 성서를 그리스도인들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성서를 그리스도인들의 생활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옳지만 그는 극단적으로 성서 제일주의를 내세웠다. 그에 의하면 성서가 하느님으로부터 계시된 모든 진리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교회의 전통이나 교도권의 가르침에 의존할 필요 없이 각자가 성령을 받아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하느님의 말씀을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하여 성전과 교도권이라는 중간 매체가 전혀 불필요하다고 했다. 만일 성서의 동일한 내용에 대한 해석이 성령의 영감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온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우리는 말할 것도 없고 하늘에서 온 천사라 할지라도 우리가 이미 전한 복음과 다른 것을 여러분에게 전한다면 그는 저주를 받아 마땅합니다』(갈라티아 1, 8)라고 바오로 사도는 이미 이러한 위험을 주의시켰다. 바오로 사도 자신도 자기 마음대로 혹은 영감이나 사적 계시를 받아 말씀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우리가 이미』전한 복음을 강조함으로써「우리」라는 정통성 있는 공동체와「의미」라는 시간적인 전통이 그가 전하고 있는 복음의 진리를 보장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는 사도들을 중심으로 하는 교회 공동체의 전통과 권위가 말씀 선포의 정통성을 판가름해 주고 있음을 의미하라. 사실 오늘날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으로 읽고 있는 성서의 내용도 예수님이 직접 성서로 확정해 주신 것이 아니다. 예수님의 뜻을 가장 명확히 간파하고 있던 교회 공동체가 그 권위로 성서를 확정 지었다. 그리고 성서에 체 기록되지 못한 예수님의 말씀은 사도들과 제자들, 그리고 그 후계자들에 의하여 전승되고 교회 공동체에 의해 전해지고 있다. 만일 교회의 전통과 권위를 무시한다면 성서의 정통성과 권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루터의 성서 제일주의는 당시 교회가 하느님의 말씀에 다소 소홀히 했던 것으로부터라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본다.
우리 교회에서는 10∼20년 전만 하더라도 교회에 처음 나온 사람들에게 성서보다는 교리책과 기도서를 먼저 준 것이 사실 아닌가?
루터 신학의 또 다른 내용은「다만 신앙」(sola Fides)으로만 인간이 의화된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원죄 이후 본질적으로 타락했고, 이로 인해 인간이 착하다고 생각한 행위도 필연적으로 악하다는 것이다. 즉 아무 것도 아닌 행한 행위가 별 볼 일 있었겠느냐는 식이다. 루터는 인간이 죄인임과 동시에 의인일 수 있다고 한다. 즉 원죄로 인해 본질적으로 부패했기 때문에 죄인이지만, 하느님이 죄를 못 본 체 눈 감아 주시고 받아주시기 때문에 의인인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한다. 그는 신뢰심 깊은 신앙을 통해서만 의화될 수 있으며, 이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실 것이라는 확신으로 하느님께 철저하게 내맡기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루터에게 있어서 인간의 선행이나 공로가 구원에 별 역할을 못한다. 그러나 가톨릭에서는 비록 선행이 구원의 일차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하느님께서 무상으로 주시는 선물인 구원에로 우리를 이끌고 준비시키는 데 필요하다고 가르친다. 의화와 구원이 실질적으로 하느님이 선물이라는 점에는 서로 일치하지만 구원을 위한 인간의 협력 문제에 있어서는 서로 다르다.
셋째 루터 신학의 중요한 내용은 다만 은총(sola Gratia)이다. 그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를 주장하면서 하느님이 직접 명령하신 것이 아니라면, 인간이 만든 모든 외적인 제도는 구원에 별 가치가 없기 때문에 거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교계제도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의하면 교회는 오직 신앙 안에서 일치된 영혼들의 영적인 공동체이며, 이러한 그리스도인들의 영적인 일치가 교회를 형성하는 데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영적인 교회를 강조하면서 가시적인 교회를 거부하며 교황을 비롯하여 주교, 사제 등의 교계제도를 비난하였다.
그러나 루터 교회에서는 가톨릭의 교계제도에 준하는 또 다른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 않는가? 루터의 소위 영적인 교회는 얼마 후에 내부의 분열과 자기를 후원하는 제후들을 옹호하기 위한 상황 때문에 교회의 영적인 개념이 하나의 국가 교회의 조직이라는 개념으로 바로 변화하게 된다.
그는 오직 은종을 강조하면서 은총의 효과적인 표지라는 성사의 본질적인 가치와 의미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칠성사 가운데 세례성사와 성체성사만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구원에 필요한「희생」의 본질을 거부하였다. 그가 일생 동안 실시하였던 고백성사는 유익하지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루터는「다만 성서」로 교회의 거룩한 전통과 교도권의 권위를 거부했고,「다만 신앙」으로 선행의 가치와 공로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고,「다만은총」으로 교회의 성사와 교회의 교계제도를 배척하였다. 교회의 영적인 본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으며 살고 있는 인간조건, 즉 교회의 가시적인 사회성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였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