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혁명 1백주년을 맞아 농민전쟁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한 가운데 민초를 역사의 주체로 보는 장편소설「녹두장군」이 송기숙 교수(59ㆍ전남대 국문과)에 의해 완간됐다.
송기숙 교수가 광주 민주화 운동 다음 해인 지난 81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14년 만에 전 5부 12권으로 완간한「녹두장군」은 원고 분량만 해도 2백 자 원고지 1만8천여 장이 되는 대작이다.
송기숙 교수는 "농민전쟁은 민중이 역사의 주체로서 부상하는 근대사의 출발로 민중사적 입장에서 동학 혁명을 재구성하기 위해「녹두장군」을 집필하게 됐다"면서 "동학 1백주년에 맞춰 우리 민족의 숨은 저력이 배어 있는「녹두장군」이 완간돼 무엇보다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장편 소설「녹두장군」은 1892년 동학 접주들이 선운사 도솔암에서 비결을 꺼내는 데서 시작해 1894년 1월 제2차 봉기와 1월 우금고개의 패배에 이르기까지 농민전쟁 전 과정을 구성하고 있다.
소설「녹두장군」이 동학 혁명을 소재로 한 여타의 소설과 다른 점은 제목에서처럼 녹두장군 전봉준을 앞세웠지만 영웅주의 사관에서 탈피, 민중을 농민전쟁의 주체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송 교수의「녹두장군」에는 "전봉준이 민초를 끌고 어디로 나갔다"는 것이 아니라 "농민군이 접주 아무개를 앞세우고 나갔다"고 표현하고 있다.
송 교수는 "녹두장군을 쓰면서 우리 민족의 높은 민족 의식과 도덕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면서 "민족의 진면모를 보여준 농민전쟁이야말로 실질적인 근대의 출발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설「녹두장군」의 또 다른 색다른 점은 동학의 종교성을 의식적으로 부정, 서학인 가톨릭과 동학을 통일 선상에서 민초들의 끈질긴 생명력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점이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치르는 동안 옥중에서 유흥렬 교수가 쓴「한국 천주교회사」를 읽고 감동을 받은 송기숙 교수는 당시 구상 중이던「녹두장군」에 서학을 삽입,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 했다고 한다.
송 교수는 주인공의 하나인 용배를 통해 민중 속에 들어온 서학인 가톨릭과 동학을 융화시켜 질긴 민중의 생명력을 드러내고 있다.
"반제국주의 반봉건주의 기치를 내걸었던 과거의 농민전쟁을 오늘과 연결시킬 때 민중이 역사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면서 송 교수는 "역사소설은 어디까지나 현재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늘날 우리 농민들의 삶을 진솔하게 그린 농촌소설을 꼭 한 번 쓰고 싶다는 송기숙 교수는 3월 12일 민족문화작가회의 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추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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