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미야. 너희 어머님 본명이 무어냐?"
"몰라요"
" 한번 여쭈어 보아요"
누군가에게서 상미 어머니가 교우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의 일이다.
"소피아래요. 소ㆍ피ㆍ아"
오래 불러보지 않아서 어색했으나 분명하게 제 어머니의 본명을 알려주었다.
교무실에까지 와서 제 엄마가 처녀 때 세례를 받았었다고도 했다.
"그런데 왜 성당에 안 오시지?"
"구절리 탄광촌에 여섯 번 오던 버스가 요즘은 세 번밖에 안 와서 그래요"
탄광이 한창일 때에는 거기에 공소가 있었는데 폐광 이후엔 공소까지 폐쇄되어 버렸다. 95년도엔 이곳 철도까지 폐쇄되리라는 보도에 교우들은 떨고 있다.
봄이 되면 부활절 예비자 교리도 시작되리라. 그런데 대부분의 신자들은 20∼30리 밖의 구절리, 고앙리, 봉정리 등 깊은 산골마을에 산다. 학생들조차 이른 새벽에 집에서 떠나오지만 땅거미가 질 때에 막차에 올라 귀가해야 한다. 학생들이 이 정도이니 농사일에 매인 어른들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저녁시간 예비자 교리 후에 받는 영세에 뜻은 있지만, 미사 참례를 열망하비만 차편이 부족하다.
공소 임원은「봉고차 한 대만이라도」하고 아쉬워 한다. 그런데 농가가 대부분인 교우 가정이 작년에 추수를 못한 형편이다. 그런데다가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이후 교우들은 올 봄에 무슨 씨를 심어야 할지조차 모르는 채 정부의 대책만을 살피고 있는 처지이다.
"상전이 배 부르면 종의 배고픔을 모른다고 했던가?"
이곳 생활 네 해째나 되는 내가 이곳 주민들의 사정에 이다지도 캄캄해 있었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누군가가 이 깊디 깊은 산골 공소를 위해 쓰다만 봉고차 한 대쯤 희사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겨울이면 공소 안의 성수는 얼어 터진다. 그리고 방 안의 화초까지 얼어 삶은 채소처럼 축 늘어진다. 그래도 봉고차가 확보된다면 산골 형제자매는 물론 상미도 상미 엄마도 성모님 품에 찾아들 수 있으리라. 누군가의 따뜻한 배려가 애타게 기다려진다.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을 기다립니다. 연락처 : 강원도 정선군 북면 여량리 정선천주교회 여량공소 전화 : (0398)62-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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