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월 16일 이회창 국무총리 주재로 환경처를 비롯, 경제기획원·내무부·건설부 등 9개 부처 장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장 등 민간 위촉위원으로 구성된「환경보전위원회」를 열고 자연환경 보전 업무의 일원화를 위해 환경처 주관하에 자연환경 보전 업무 추진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런 결정은 그동안 환경보전 업무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지적돼왔던 환경 관련 업무의 분산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일단 긍정적인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도 정부 환경정책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개선이 요청된다.
환경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관심은 1963년 제정된「공해방지법」에서 처음 찾아볼 수 있지만 조직·인력은 물론 예산조차 전혀 배정되지 않아 선언적인 의미에 그칠 뿐이었고 1967년에 가서야 보사부 보건국 환경위생과에 공해계를 두어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최초로 공해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1977년에는「환경보전법」이 제정됐고 1980년에 신설된 환경청이 1990년 환경처로 승격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문제는 60년대와 70년대에는 개발·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에 밀려 관심밖에 있었고 이는 80년대 초까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8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환경오염이 실제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90년대를 전후해 낙동강 건들이 터지면서 환경문제에 대한 범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정부는 경제사회개발 제5차 5개년계획(1982~1986)에 환경 보전을 공식적인 발전 목표로 포함시키는 등 환경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많은 환경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정부 환경정책이 기본적으로 개발과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 추진으로 환경문제는 국가정책 우선순위에 있어 항상 뒤로 밀려왔다고 지적한다.
한국 환경·사회정책연구소 교육실장 이상덕씨는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에 최고 가치를 부여해왔고 환경정책은 항상 경제논리에 압도돼 왔다"며 "신경제 5개년 계획에 환경부문의 계획이 포함돼 있기도 하지만 각종 규제 조치를 완화함으로써 오히려 환경정책 자체가 후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정책에 대한 경제논리의 우위는 환경행정과 예산 면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환경행정 주무 부처인 환경처는 경제 부처에 비해 입지가 약하고 환경행정 기능과 예산 자체가 환경처를 비롯해 건설부 보사부 내무부 등 정부 내 14개 부처에 분산돼 일관성 있고 효과적인 환경 보전 업무의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예컨대 환경개선부담금제, 폐기물 예치금 제도의 시행, 환경 기준치의 설정 등에서 경제부처가 반대할 경우 대상 범위가 축소되고 기준치가 하향 조정되는 등 환경 규제의 완화가 초래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정부정책의 또 하나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사후 대책 중심의 정책 추진이다.
"정부의 환경정책 기조 자체가 사전적이고 근원적인 처방이 아닌 사후 대책과 규제 중심으로 오염 발생 현장 중심의 부분적이고 단편적인 접근에 그쳤습니다. 전 국토를 대상으로 종합적인 이용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후 처리에 급급할 뿐이었다고 할 수 있지요"
뿐만 아니라 정책이 수립됐다 해도 이를 효과적이고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세부적 방안과 의지가 부족한 것도 함께 지적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박상철 간사는 "현재 마련돼 있는 각종 규제 장치도 시행하기에 따라 상당한 정도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규제와 단속활동에 필요한 의지나 인력, 장비 등이 부족해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며 특히 "환경영향평가제도의 경우 기업이나 개발사업주 측의 의견에 평가 결과가 좌우돼 오히려 환경에 유해한 개발사업을 정당화시켜 주는 일이 없도록 지역 주민과 양심적인 환경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환경 기준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에 있고 그나마 이 기준에 따라 환경 개선 지도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규제의 실효성이 확보돼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1983년에 실시된 공해배출부과금제도를 시작으로 폐기물처리예치제도(1992년), 환경개선부담금제도(1992년)와 환경영향평가제도(1993년) 등의 장치들이 마련돼 있으나 이런 제도들을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세부적 방안과 적극적 의지가 미흡해 이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환경 관련 전문가들은 지난해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오히려 환경정책 자체가 기존의 미흡한 환경 개선 성과마저도 후퇴하게 만든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린라운드 등에서 나타나듯이 환경문제가 어느 때보다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으나 여전히 성장과 개발 위주의 정책 기초안에서 환경문제는 이에 대한 부수적인 것일 뿐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경정책의 수립 단계에서부터 경제 성장과 환경문제가 결코 배타적이거나 종속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지금까지의 정책 방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박상철 간사는 "신 경제 5개년 계획의 대폭적인 환경 규제 완화 조치와 강원도와 서해안 일대에 대한 대규모 개발 계획을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경제정책과 환경정책간의 대등성을 확보하는 획기적인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종합적이고 사전 예방 차원의 정책 수립과 함께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합리적인 환경행정제도의 확립과 환경 투자 예산의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다수의 환경 전문가들은 "환경처가 원이나 부로 승격되고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환경 관련 업무를 일원화하는 한편 필요한 정부 예산, 인력과 장비 등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푸른 한반도 되찾기 시만의 모임 대표 김제남씨는 특히「환경보전위원회」의 환경 보전 업무 추진 협의체 구성 결정과 관련해 "일관된 환경 업무 추진을 위한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환경처가 미약한 입지를 가지고 다른 부처와의 협의에서 과연 얼마나 강하게 환경정책을 개발·추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환경처의 위상이 높아져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지적돼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민간 환경운동 단체와 국민의 역할이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기보다는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민간 환경운동의 움직임과 요청이 정책적 관심을 촉발했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정부 환경정책의 결정과 집행과정에 지역주의의 의사나 국민의 참여가 배제돼온 것이 사실이다. "환경오염이 정부나 기업, 국민 등 어느 한쪽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임을 염두에 둘 때 정부는 민간 환경운동 단체와 일반 국민들의 환경보호활동을 폭 넓게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환경문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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