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을 향한 예수 일행의 여행은 예루살렘에서 약 27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예리고를 떠나 성도에 꽤 가까이 와 있었다.
이 도상에서 예수께서는 달란트(혹은 미나)의, 비유를 청중에게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하시는 광경을 상상해 볼 때 피곤한 발걸음을 쉴 겸 언덕이 진 곳에 앉았을 것이다.
이 비유를 말씀하신 상황은 장소나 시기가 예루살렘의 대사건과 상당히 가깝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장소는 확실치 않지만 이미 예루살렘 성도가 멀리서 보이는 곳이었을 것이다. 이 비유는 루가와 마태오가 비슷한 내용으로 전하는데 어떤 지위 높은 사람이 더 높은 곳에 가서 왕위를 서임 받으러 떠나면서 종들에게 각기 다른 액수의 돈을 맡기고 떠난다.
여기서 루가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것이지만 열 사람의 종들에게 미나라는 이름의 돈을 맡기고 떠나는 반면 마태오 복음서는 세 사람의 종에게 달란트라는 이름의 돈을 맡기고 떠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달란트와 미나는 둘 다 당시 그리이스 세계의 화폐 단위인데 한 달란트는 60미나가 되는 큰 차이의 액수이다. 당시 헤로데 왕의 연 수입이 9백 달란트였다고 하니까 한 달란트의 돈 가치를 짐작할 수 있고 좀 더 자세한 평가를 하기 위하여 일꾼 하루 품삯이 1데나리온이었고 6천 데나리온이 한 달란트였으니 한 달란트는 6천 일의 임금에 해당한다.
오늘의 비유를 달란트의 비유라 하고 이 비유에서 달란트라는 말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천부적으로 받은 재주 또는 재능이란 뜻으로 쓰인다. 이 달란트의 비유를 지금 이 시각에 말씀하신 것은 예수께서 줄곧 설파하신 하느님 나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수께서 지금 예루살렘에 가면 제자들과 영영 이별을 하고 하느님 아버지께로 올라가서 "그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라고 천사가 마리아에게 예고한 그 나라의 왕권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 왕권으로 지상에 하느님 나라를 세우고 그 통치권을 제자들에게 주시려고 한다. 그리고 제자들은 그 받은 권한을 십분 살려서 하느님 나리에 이익이 되도록 재능을 발휘해야 한다.
대체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 비유를 이해하면 예수의 비유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제자들은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자 늘 말씀하시던 왕국 건설에 대한 결판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다니며 예수의 말씀을 들을 때 그들은 예수께서 메시아이시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하느님 나라를 설파하시면서 그 증거라도 보여주시려는 듯 병자를 고치고 가난한 이를 대접하고 죽었던 자를 소생시키고 배고플 때 기적의 빵으로 먹여주셨고, 특히 예루살렘길을 떠나는 시발점에서 라자로를 살리시는 등 제자들이 하느님 나라에 관하여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가지기에 충분한 여건이 조성되어 있었다.
지체 높은 사람이 먼 나라에 가서 왕권을 받고 돌아오려고 길을 떠났다고 말씀하실 때 제자들은 그 사람이 예수를 비유한 것이라고 즉각적으로 감지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일국의 왕이 되는데 먼 다른 나리에 가서 왕권을 받아 온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좀 이상하게 들린다. 그러나 예수 당시의 정치 판도를 생각하면 이해가 가며 예수께서 자신의 앞으로의 하느님 나라 운영을 그 시대 사정에 빗대어 비유로 설명한 것은 청중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기원 전 40년 헤로레 대왕이 유대아 국왕의 서임을 받으려고 로마에 가서 로마 황제의 승인을 받았고 그가 죽은 후 아르켈라우스로 예수 탄생시 왕권 승인을 위하여 로마로 떠났었다. 이때 유대아인들은 이를 반대하기 위하여 대표단을 파견하였고 아르켈라우스는 간신히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설득하여 자기 아버지의 왕국의 절반만을 영토로 받고 영주라는 지위만을 얻어가지고 돌아왔다.
이 밖에도 헤로데 대왕의 다른 아들들 안티파스와 아그리빠 1세, 필립보도 로마의 승인을 구했다. 이러한 정치 상황들이 오늘의 비유 이야기와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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