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가톨릭 신앙이 수용된 것은 곧 우리 문화와 그리스도교 신앙의 만남을 뜻한다. 이 만남의 과정에서 우리는 한국 가톨릭 문화를 이루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가톨릭 문화의 실상을 밝히고, 그 믿음의 뿌리를 굳건히 내리게 하는 일은 우리 겨레의 구원과 직결되는 일이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사 연구소에서는 「한국 가톨릭 문화사 대계」의 편찬을 기획하고 이를 간행해왔다. 이번에 그 문화사 대계의 일환으로 단국대학교 건축과 김정신 교수가 지은 「한국 가톨릭 성당 건축사」가 간행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천주교 성당의 건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는 1백여 년이 지났다. 이동안 적지 않은 교회 건축물들이 세워졌고 교세의 확장에 따라 성당 건축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의 교회에서는 지난날의 건축 문화를 되돌아보고, 우리의 문화 풍토와 종교 심성에 알맞은 새로운 건축 문화를 형성할 책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작업으로서의 성당 건축사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 했다.
바로 이 시점에서 『한국 가톨릭 성당 건축사』가 출간된 것은 매우 경하할 만한 일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그 첫째 부분에서는 가톨릭 성당 건축의 수용과 그 변천상을 밝히고 있다. 즉 여기에서는 주로 신앙의 자유가 보장된 개항기 이후부터 시작하여 식민지 시대와 해방 직후의 격동기에 세워진 교회 건축물들을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서 전개된 가톨릭 건축 문화의 특성을 역사적 안목에서 정리해 주고 있다.
이 책의 두 번째 부분에서는 한국 가톨릭 성당 건축론을 개진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성당 건축에 대한 역사적 검토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의 성당 건축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에 저자는 유럽에 있어서 교회 건축의 전통을 개괄하고 있다. 그리고 전례와 성당 건축과의 관계를 밝히고 이어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에 대한 탐구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교회 건축의 당면 과제로써 토착화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건축사를 쓰기 위해서는 건축공학적 지식과 예술적 안목 그리고 한 시대를 통관할 수 있는 역사의식이 요청된다. 또한 서술 대상이 되는 건축물을 창출한 특정한 문화에 대한 투철한 이해가 전체되어야 한다. 이 책의 도처에서는 바로 이러한 전제조건들을 충족시켜 주는 내용들이 확인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가톨릭 신앙의 토착화를 염두에 두고 저술된 만큼 오늘의 우리 교회에서 요청 받고 있는 토착화의 과제를 수행하는 데에 일익을 당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가톨릭의 건축 문화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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