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수도사제로서, 화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김인중 신부(54세·성 도미니꼬 수도회)가 유럽생활 25주년을 기념하는 「초대전」을 3월 2~16일 서울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람회는 사제서품 20주년과 유럽생활 25주년을 맞아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보려는 시도입니다. 제가 유럽에서 한국의 뿌리를 가슴에 간직한 채 어떻게 살아왔는지 요약해보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직접 그립을 들고 입국한 김 신부는 크게는 6m40cm×2m에 이르는 대작 위주의 유화 작품 35점을 선보이고 있다.
“사실은 이번 전시회를 회고전 형식으로 마련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모 가톨릭 기관에 맡겼던 청년 시절의 주요 작품들이 모두 증발해버린 상태였고 또 몇 해 전 모 수녀원에 맡겼던 그림들이 비를 맞아 파손된 지경이여서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저는 회고전을 열 수 없는 화가가 되었죠”
이번 전시회는 그래서 최근작으로 꾸며졌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들을 모두 잃어버린 김 신부의 아픔이 과연 어떠했는지 짐작이 가지만 김 신부의 최근 그림에는 아픔과 분노보다는 오히려 경쾌함과 발음과 기쁨만이 가득하다.
“물론 고통의 체험이었지만 더 좋은 작품을 내야 한다는 자극도 받았습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남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은총의 작업이지요”
김 신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얻어질 수익금 전액을 불우한 이웃 특히 출소자들을 위해 사용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김 신부는 이번 전시회와 때를 맞춰 그동안 조형 언어로 표출해왔던 「보이지 않는 내면세계」를 보다 쉽게 엿볼 수 있도록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그림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었던 삶의 주체들이 담긴 「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전예원 간)에는 김 신부가 한국인 사제요, 화가로서 유럽에 살면서 느낀 일상의 수상이 그려져 있다.
“묘하게도 서양의 기름을 물처럼 사용하고 캔버스를 종이처럼 다루게 된 저는 뿌리는 한국인이되 열매는 범세계적으로 거두고 싶습니다”
김 신부의 이러한 소망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개최해왔던 60여회의 개인전은 물론 국제 화랑제, 또한 룩셈부르크의 예수회 성당의 작업, 루쩨른 도립병원 내 수녀원 성당 등 다수의 스텐인드 글라스 등을 통해 국제적인 명성으로 그 열매를 거둬들이고 있다.
김 신부는 이번 전시회를 끝내고 오는 5월 로마의 싼 타사빈나 수도원 및 안나 다스코 니오 화랑 등지에서 또 한 차례의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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