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예리고에 이르러 거리를 지나가고 계셨다”라고 시작하는 자캐오의 이야기는 전번 제목의 두 소경의 이야기와 같은 장소에서 전개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을 향하는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뒤따르고 있었고 그들은 주님의 구원을 받은 사람들이다.
예수께서 전하신 복음의 말씀을 적은 복음서에서 복음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의 부류는 가난한 사람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 죄인들이 두드러지게 떠오르고 권력층과 돈 많은 부자는 복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예수를 따르는 군중이라는 표현을 중요시해야 한다. 이들은 후에 예수의 복음을 전하는 공동체인 교회의 주체를 이루는 교우들을 뜻한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자캐오는 바로 전의 두 소경이 구원을 받은 이야기와 대조적이며 그 전에 부자 청년이 주님을 따르기보다 재물을 선택하여 주님을 버리고 떠나갔던 이야기와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보다는 낙타가 바늘귀를 꿰뚫고 나가기가 더 쉽다는 명언 등과 비교할 때 우리의 구원은 부자냐 가난이냐가 문제가 아니고 어디에 마음을 더 주어야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친다.
오늘의 주인공 자캐오는 예리고 세관의 세관장이었고 부자였다. 이러한 지위와 재산 상태는 구원 받고 못 받는 데 중요하지 않다. 그는 예수를 보려고 애썼다. 구원은 복음의 말씀을 들고 주님을 뵈옵기를 원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하여튼 자캐오는 예리고시의 세관장이었고 돈 많은 부자였다. 그는 예수의 관한 소문을 들었고 예수께서 메시아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로써 미루어 보아 예수의 복음 전파 활동은 방방곡곡에 다 퍼져 있었고 누구든지 마음만 있으면 구원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예수의 복음활동의 마지막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예리고 현장에 이르러 예수의 활동은 성공을 이루고 있음을 말해 준다. 자캐오는 오래 전부터 장안의 화제가 되어 있는 예수를 만나 뵙고 싶었던 차에 오늘 바로 그 분이 자기 동네를 지나가신다는 사실에 그의 소원을 이룰 작정을 단단히 하고 밖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예수를 에워싼 군중은 대단했다. 예수를 뵙고 싶은 욕망은 구원의 길을 뚫는다. 자캐오는 길가에 즐비하게 서 있는 시코모르이라는 무화과나무에 기어 올라갔다. 한 도시의 세관장이며 내로라하는 부자가 채신머리없이 나무에 기어 올라가 있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점잖지 못한 처신이다. 주님을 찾는 사람에게 가로놓인 장애물을 그는 이렇게 극복하였다. 키가 작아서 평지에서는 예수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은 예수의 눈에 띄었다. 그 열정이 가상스러웠다.
그는 고침을 받아야 할 병신도 아니고 특별한 병자도 아니었다. 예수께서 그에게 베풀어 줄 구원의 은혜는 기적적 치유가 아니고 그와 함께 머물러주는 일이었다. “내가 오늘 너희 집에 머물 것이니 나무에서 내려오너라.” 예수께서 내 집에 오시는 것 이것은 기적적 치유보다 더 큰 은혜이다. 그는 예수님을 맞기 위한 준비로서 재산에 대한 애착심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주님 앞에 약속한다.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고, 고의든 무고의든 혹시 남에게 해악을 끼쳤다면 네 배로 갚을 결심을 하였다. 이것은 회개의 적절한 표시였다. 그의 회개의 표시는 구약성서의 규정과 랍비들의 가르침을 지키고도 남는 것이었다. 랍비들이 제시한 자선은 소유의 20%를 주라는 것이었고 부당하게 얻은 재산은 5분의 1을, 도둑질의 배상은 4배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었다. (출애 21, 37, 22, 1 사무 하 12, 6 레위 15, 24)
그의 이러한 결의 표명은 유대아인들의 세리인 자기를 반 이스라엘인 즉 죄인으로 몰고 있는 데 대한 보상으로 한 것이었다. 예수께서도 유대아인들의 잘못된 생각을 고쳐주시면서 “오늘 이 집은 구원을 얻었다. 이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아브라함의 자손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세리 마태오를 부를 때 하신 같은 말씀을 하셨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사람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여기서 아브라함의 자손은 아브라함의 믿음과 행동을 이어 받은 선행의 사람들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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