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은 대학 신입생의 추천 도서에는 물론 일반인들의 교양 도서로 언제나 빠지지 않는 목록 가운데 하나. 손에 틀었던 적은 많지만 막상 끝까지 읽어본 사람은 드물 정도로 「신곡」은 그야말로 인내심(?)을 요구하는 책이다.
세계 문학 사상 최고의 걸작이자 중세 문화의 총화라고 까지 평가되고 있는 「신곡」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소설신곡」(국태원 간)으로 편역한 평신도가 있어 화제. 국태원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최진식씨(40세·사도요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냥 읽기도 어려운 단테의 「신곡」을 소설화시키기로 결심한 것은 작품의 위대성과 그 반면에 읽은 독자의 수가 매우 적었기 때문입니다. 출판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하더라도 독자들에게 읽혀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어려운 결심을 하게 된 것이죠”
우연히 「신곡」을 제대로 읽어보기로 한 그는 전문 1만4천여 행에 이르는 시구 중 나오는 고유명사만 해도 1천3백 개 이상이나 되고 신학, 중세 철학, 신구약 성경. 윤리학,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을 망라한 내용을 이해하며 읽어가기란 얼마나 고역이며 어려운 일인지를 체험하게 된다. 신학대전은 물론 가톨릭 대사전 국어사전 백과사전 역사서 철학서 등 각종 참고도서까지 훑어보는 것도 여간 힘들지 않았다.
그는 「신곡」을 읽고 난 뜨거운 감흥을 많은 신앙인은 물론 아직 가톨릭을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나누고 싶었다.
지난 90년부터 만 4년여에 걸치는 각고의 작업 끝에 그는 최근 「소설 신곡」을 3편으로 구성, 첫 번째로 「제1권-지옥 이야기」를 펴냈다.
“우리는 많은 죄를 짓고 삽니다. 본문에서도 표현되고 있듯이 죄는 먼지와 같아 우리는 그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소설 신곡」의 베르길리우스는 지옥에서 단테에게 말하지요. 이곳에 오면 죄의 먼지 하나하나가 바윗돌처럼 무겁게 변한다고. 지옥에 있는 9개의 옥을 보며 신자들이 죄에 대해, 또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너무 쉽게 쓰지 않았냐는 신학자 성직자들의 질책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그는 “원작의 내용과 메시지를 그대로 살리도록 노력했다”면서 “순수한 창작품이라기보다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밝힌다.
그의 「소설 신곡」은 앞으로 「제2권-연옥 이야기」 「제3권-천국 이야기」로 이어질 예정이다. 현재 2권은 인쇄에 들어갔고 3권은 교정 작업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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