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와 싸우는 녹색환경 전사 장원 교수(안셀모·38·대전대 환경공학과·배달환경연합 사무총장).
장원 교수는 생태계 파괴 현장이면 어디든지 가서 둥지를 트는 녹색 가정의 가장이다.
자칭 자신의 가족을 「환경 감시 5분 대기조」라 부르는 장원 교수는 부인 배순애(크리스티나·36)씨, 딸 선규(카타리나·9), 신재(라파엘라· 5)와 함께 영원한 녹색 동지로 살고 있다.
결혼 10년째인 장 교수 부부가 지금까지 이사한 것만 해도 13번. 또 한 번 공항 신축지인 영종도로 이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장 교수 가족이 현재 살고 있는 곳은 경기도 검단면 마석리에 있는 한 아파트. 김포 쓰레기 매립장과 직선거리로 불과 2백여 미터 떨어져 있는 곳이다.
93년 5월에 보증금 4백만 원, 월세 15만으로 23평형 아파트 방 2개를 얻어 김포 매립지로 이사 온 장 교수 가족의 사연은 각별하다.
바람만 불면 쓰레기 냄새가 날아드는 이곳에 장 교수가 이사 온 것은 주민과의 약속과 신앙으로서, 학자로서의 양심 때문이었다.
지난 92년 김포 쓰레기 매립지 인근 주민들이 산업 쓰레기 반입문제로 격렬한 데모와 함께 정부와 실랑이를 할 무렵 장원 교수가 중재인으로 나서 공청회를 주도하게 됐다. 이 자리에서 장 교수는 이미 실시한 정부 환경 평가의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이 다시 한 번 환경 평가를 실시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하고、참석자들로부터 자신의 평가 결과에 정부와 주민 대표 모두 무조건 승복한다는 합의를 받았다.
이때 장 교수는 참석한 5백여 명의 주민 앞에서 관변학자라는 의혹을 씻고 탁상공론이 아닌 실사구시의 학자적 면모를 인식시켜 주기 위해 “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장 교수는 배달환경연구원과 함께 7개월간 환경 재평가를 실시, 정부측 주장과는 달리 특정 폐기물은 절대 반입할 수 없고, 일반 폐기물 반입시도 차수막 등 시설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김포 쓰레기 매립지 환경 평가는 93년 5월 주민 대표와 정부가 장 교수의 연구 결과를 따른다는 협약서에 서명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장 교수 가족은 이 협약서 내용이 타결된 직후 김포 매립지로 이사했고 이사 온 후에는 주민 대표, 환경처 직원과 팀을 이뤄 온 가족이 매립지 근처를 돌며 환경 감시를 하고 있다.
장원 교수네 가훈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이다. 이는 장 교수가 속한 「배달환경연합」의 환경운동 구호이기도 하다.
장 교수 가족은 누구나 “과소비가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고 말한다. “자연과 조화롭게 살려면 과대한 소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는 것이 이 가정의 캐치프레이즈다.
장 교수는 심지어 “청빈하지 못한 삶은 죄”라고까지 말하고 “수도자적 삶이 가장 바람직한 생태적인 삶”이라고 정의한다. 인간이 편리를 추구하는 그만큼 자연과 다른 생물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이 장 교수의 환경 논리이다.
그래서인지 장 교수의 가정은 여느 가정보다 청빈하게 산다. 가난한 것이 아닌 청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는 것이다.
장 교수와 국립 부산수산대학교 환경공학과 선후배 사이인 부인 배순애씨는 가정에서 만큼은 장 교수 못지 않은 녹색전사이다. 우유팩을 씻어 양념통으로 쓰고 딸과 함께 각종 포장 박스를 예쁘게 꾸며 연필꽂이나 편지통으로 다시 쓴다. 치약 대신 죽염으로 이를 닦고 목욕탕엔 「중수통」을 마련, 세면한 물을 모아 변기 세척이나 빨래, 세차에 다시 쓴다.
소파도 없고 침대도 없다.
남편이 출근 때면 주머니 속에 가지고 다니는 휴대용 젓가락을 챙겨주는 세심함도 부인 배순애씨의 빼놓을 수 없는 일과이다.
허나 무엇보다도 가정에서 도외시할 수 없는 부인 배순애씨의 가장 큰 몫은 남편을 신뢰하고 기꺼이 그 일에 동조하는 넉넉한 마음이다. 장 교수도 자신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부인의 지칠 줄 모르는 내조임을 스스로 인정한다.
국민학교 2학년생인 딸 선규도 아빠처럼 「무공해 마음을 가꾸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자랑한다.
온 가족이 녹색전사로 사는 장원 교수네 가정. 국내 유일의 민간 차원의 환경 전문 연구기관인 「배달환경연합」을 꾸려가기 위해 기꺼이 「내 집」을 내놓을 줄 아는 가정.
쓰레기장을 성지로 알고 생태계 파괴 현장을 순례하는 것을 복으로 여기며 사는 녹색 가정. 청빈이 하느님을 따르는 첫째가는 신앙으로 믿고 따르는 장원 교수네 가정.
오염된 환경에서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네 모두가 한 번쯤은 본받아야 할 가정이다.
※「배달환경연합」회원이 되고 싶은 분은(02)711-5597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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