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그 제자들은 지금 예루살렘을 향하여 마지막 길을 가고 있었다. 제자들의 자리다툼 논쟁은 예수의 영성적인 서열 매김으로 끝이 났고 오로지 수난의 길을 향하여 한 걸음 두 걸음 나아가고 있었다. 이 여행길에는 예수를 따르는 남녀 제자들이 예수를 중심으로 길을 같이 가고 있었다.
제자들은 앞으로 닥쳐올 위험을 생각하며 마음으로는 주님과 운명을 같이 할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모든 사람의 종이 되자.’ 이 일행은 예루살렘에서 동북쪽으로 약 33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 있는 예리고를 지나가게 되었다. 예리고는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가나안 복지를 향하여 갈 때 여호수아의 영도 아래 제일 먼저 점령한 땅이다. 그때가 기원 전 13세기 후반이었다(여호 4,13~6,26). 이 자그마한 요새 도시를 옛 예리고라 하고 지금 예수의 일행이 지나가는 예리고는 헤로데 대왕이(전 37~4 통치) 다시 손질한 도시로서 새 예리고를 말한다.
옛 예리고에서 새 예리고까지는 도보로 약 반 시간가량의 거리이다. 예수의 일행은 에프라임에서 오는 길이므로 두까라는 샘물을 마시고 언덕 아래 길을 따라 가면 예리고에 물을 대는 아름다운 아인술탄이란 샘물에 이르게 된다. 이렇듯 예리고는 유대아의 니스라 불릴 만큼 살기 좋은 도시였고 예루살렘의 외곽 도시로서 말하자면 위락 도시였던 예리고는 요르단 저지대의 오아시스에 위치하며 해면보다 2백50m 낮은 지대로 종려나무가 무성한 도시였고(신명 34,3 판관 1,16: 3,13) 어원적으로는 ‘달의 도시’란 낭만적 뜻이 있다. 헤로데 대왕은 이러한 따뜻한 비장에 겨울 궁전을 짓고 수비대를 배치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상태로 예수시대까지 이르렀던 예리고는 1950년 요르단국이 서안지구를 병합했지만 1967년 이스라엘국이 6일 전쟁 끝에 전격적으로 이스라엘 점령지로 통치한 후 오늘날까지 팔레스티나 해방 기구와 국제적인 분쟁지역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예수의 활동과 관련하여 신약성서에 여러 번 예리고가 등장한다.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신 요르단 강물은 예리고에서 멀지 않다(마태 3, 5~6). 예수께서 금화의 비유를 말씀 하신(루카 19,11 이하) 곳이 이곳 예리고이며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루카 10,30) 도 이곳에서 말씀하셨다. 그리고 오늘의 이야기와 다음 제목의 자캐오의 이야기가 예리고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예수께서는 이 도시에 머무르실 의도 없이 이 곳을 지나가시는 길이었는데 두 소경이 길가에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이 점에 있어서 루카 복음서는 예리고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라고 하였고 마태오와 마르코 두 복음서는 예수께서 예리고를 떠날 때 거지를 만났다고 하였고, 또 루카 복음서와 마르코 복음서는 소경 거지 한 명이라고 한 반면 마태오 복음서는 두 명이라고 하였다. 이 차이는 복음서가 쓰여진 것이 사도교회 시대에 교육용으로 쓰여졌고 그 해석을 은유적으로 해석할 때 의미가 있다.
길가에 앉아 있던 소경 거지는 그때까지 구원 받지 못한 사람이란 뜻이었고 예리고 못 미친 곳에서 예수를 만난 소경은 이스라엘과 동일시되고 예리고를 지난 곳에서 만난 두 소경은 후에 구원의 빛을 본 이방세계와 동일시 될 수 있다. 이 소경 중 하나는 티매오의 아들 또는 바르티매오라는 사람이었고 이 소경들은 예수가 지나간다는 소리를 듣고 구원의 길을 얻어 만났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교리를 듣고 교회에 들어오는 사람을 가리킨다.
예수께 가까이 가는 그들에게는 장해물이 가로놓여 있다. 사람들이 말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의 부름을 받는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은 그들에게 용기를 준다. “그분이 부르신다. 용기를 내어라.” 그들에게 요청이 허용될 때 거지들은 돈을 요구하지 않고 눈을 뜨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들은 예수의 소문을 이미 듣고 있었던 듯 예수를 ‘다윗의 아들’ 즉 메시아라 불렀고 ‘라보이’라는 존칭으로 불렀다. 이 믿음이 그들의 어두움을 걷어내고 빛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의 수난길을 뒤따랐다. 그리고 사람들은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이 광경은 환성 속에 예루살렘 입성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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