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헌장은 사순절의 성격과 전례적 특성을 두 가지로 명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무엇보다도 성세의 회상과 성세의 준비를 통해서, 또한 다른 편으로는 보속을 통해서 신자들로 하여금 여느 때보다 더 큰 열성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에 전념하면서 파스카 신비의 경축을 준비케 한다. 따라서 전례에 있어서나 전례교육에 있어서 이 두 가지 성격을 더욱 현저하게 드러내야 한다’(전례, 109항)고 가르친다. 전례헌장은 또한「사순절의 보속은 다만 내적이고 개인적이어서는 아니되며, 동시에 외적이요, 사회적이기도 해야 한다」(전례, 110항)고 강조한다. 이는 그리스도를 따르고 복음을 실천하고자 하는 내적 쇄신을 바탕으로 외적이며 사회적인 회개와 보속의 삶을 드러내야 한다는 명시적인 가르침이다. 가정의 해를 맞아 교회 전례력에 따라 2월 16일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준비하는 거룩한 사순 시기의 전례 안내와 함께 특별히 가정 수호를 위해 실천해야 할 몇 가지 덕목들을 제안한다.
■사순절의 의미
로마 가톨릭 교회는 전통적으로 사순 시기 동안 극기와 기도, 단식, 자선 행위를 강조해왔고 오늘날에는 이 기간 동안 단식보다는 충실한 기도와 불우 이웃을 돕는 자선을 더욱 권장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축제인 파스카 신비를 준비하는 시기로 재의 수요일부터 성 목요일 저녁 주의 만찬 미사 전까지의 기간을 사순절이라고 한다.
사순절 동안 대축일을 제외한 모든 미사 중에는 ‘대영광송’과 ‘알렐루야’를 노래하지 않고 사제는 통회와 보속의 표시인 자색 제의를 입고 미사를 봉헌한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오르간이나 다른 악기들은 성가 반주를 위해서만 연주할 수 있고 단독 연주는 금하고 있다.
사순은 40일을 뜻하는 말로 40이란 수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을 영접하기 위하여 속죄 행위와 더불어 그에 합당한 준비를 한다는 성서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순절이 교회 전례에 정착하게 된 것은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이며 1969년 새 교회력 규정은 사순절의 시작을 전통과 대중성을 고려하여 재의 수요일에서 시작하여 성 목요일 주의 만찬 미사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로 정하였는데 그간의 주일까지 합하면 44일이 되고 주일을 빼면 38일뿐이다. 전례학자들에 따르면 오늘의 사순절은 글자 그대로 40일을 뜻한다기보다 영신적으로 알아들어야 할 것이다.
음력 날짜로 계산되는 이동 축일인 사순절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은 매년 달라져 가장 빠르면 2월 4일, 가장 늦으면 3월 10일이 된다. 사순 시기는 공적인 회개의 기간으로 파스카 신비를 목표로 진행된다.
예수 부활 대축일 전 한 주간을 ‘성주간’이라 하며 이 주간에 교회는 예수의 체포와 수난, 죽음을 기념한다. 성주간 동안 교회의 모든 예식은 슬픔을 드러내고 동시에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시어 온 인류의 죄를 대신 보속한 위대한 구원사업을 이룩하셨기에 사랑과 희망에 찬 기쁨을 드러낸다. 부활 시기의 출발인 파스카 성삼일은 ‘주의 만찬’으로 시작되며 부활 전야제로 정점을 이루어 부활 대축일 저녁기도로 끝난다.
■사순 시기 실천사항
사순 기간 동안 신자들이 지켜야 할 의무 사항으로는 재의 수요일과 성 금요일에 금육, 금식하고 매주 금요일에 금육해야 하며 부활 판공성사를 보아야 한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지난 89년 10월 19일 추계 정기총회에서 ‘주일 파공과 금육재 관면 취소에 즈음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모든 신자들이 교회 법전의 규정을 다 잘 지켜야 함을 피력했다.
이 담화문은 ‘한국 교회는 지금까지 전교 지역으로서 빈곤한 경제 사정과 노동계의 형편 등을 고려, 주일 파공과 금육재를 관면해왔다’고 설명하고 ‘그러나 이제 우리 한국은 국력이 신장되고 교회도 성숙한 교회로 성장, 발전한 만큼 앞으로는 주일 파공과 금육재 관면을 취소하고 이에 관한 교회 공법을 준수하여야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로써 한국 교회 신자들도 새 교회법 제1247조에 따라 주일과 그 밖의 의무 축일에 미사에 참여할 의무가 있고 하느님께 바쳐야 할 경배, 주님의 날의 고유한 기쁨과 몸과 마음의 합당한 휴식을 방해하는 일과 영업을 삼가야 한다. 그리고 새 교회법 제1251조에 따라 연중 모든 금요일에는 여느 대축일과 겹치지 않는 한 육식 또는 주교회의 규정에 따라 다른 음식을 자제하는 금육재를 지켜야 하며 재의 수요일과 성 금요일에는 금육재와 금식재를 지켜야 한다. 아울러 만 14세 이상 60세 미만의 모든 성년들은 금식재 규정을 지켜야 하며 미성년자들은 금식재와 금육재를 지킬 의무가 없더라도 참회 고행의 참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애덕 행위를 실천해야 한다(새 교회법 제1252~1253조).
교회는 사순 시기 동안 법적인 의무 규정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보속을 권장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헌장은 신자들로 하여금 사순 시기 동안 보속을 통하여 여느 때보다 더 큰 열성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에 전념하면서 파스카 신비의 경축을 준비할 것을 권고한다(109항). 전례헌장은 또한 사순절의 보속은 다만 내적이고 개인적이어서는 안 되며 동시에 외적이요 사회적이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110항).
이는 보속행위가 개인적인 회개와 내적 쇄신, 삶의 반성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행동으로 실천돼야 함을 강조한다.
새 교회법도 이 정신에 따라 ‘전통적인 단식보다 충실한 기도와 불우 이웃을 돕는 자선을 강조한다’(교회법 제1249~1253조).
‘가정의 해’를 맞아 가정 복음화와 가정 회복의 요청이 더욱 절실한 이 때 사순 시기 동안 온 가족이 실천할 생활 덕목으로 ‘가정 기도문 봉헌’ ‘가정 수호를 위한 묵주기도 봉헌’ ‘집안 어른, 친지에게 사랑의 편지 쓰기’ ‘집안일 분담하기’ 등 가정과 사회를 위해 스스로 행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실천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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