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예수 부활’이라는 감격의 대축제를 바라보면서 40일 동안의 긴 준비 기간을 갖습니다. ‘40’이라는 숫자는 성서에서는 주로 부족하지 않고 꽉 찼다는 숫자로서 특히 어떤 시련이나 희생의 기간을 다 채운 의미를 말합니다. 따라서 교회가 예수 부활을 40일 동안 준비하며 그분의 수난을 묵상한다는 것은 교회가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기간 속에서 기도와 희생을 드린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인간은 모두 하느님 앞에서 죄인입니다. 그분 앞에 떳떳하게 나설 수 있는 인생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가 나중에 주님 대전에 가지고 나갈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뿐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교회가 마련한 이 사순 시기를 참으로 뜻깊게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 아무리 백 번, 천 번 부활하신다 해도 자기 자신이 부활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뜻에서 사순절은 은혜로운 시기입니다.
옛날 노인들은 사순 시기에는 천당문이 활짝 열려 있다고 믿었습니다. 1년 내 좁게만 열려졌던 천당문이 이때만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기도로, 특히 주 예수님의 수난으로 활짝 열려져 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때 노인들은 가급적 사순절에 돌아가시는 것을 은근히 원하셨으며 어떤 노인이 정말 사순절에 운명하시면 “그 노인 참 복 있다”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아마 사순 시기의 은혜로움을 그렇게 표현했을 것입니다.
1독서(창세 9, 8-15)에서는 하느님께서 썩어빠진 세상을 홍수로 벌하신 다음에 노아를 통해서 새 세상을 열어주셨다는 말씀과 다시는 ‘물’로 심판하지 않으시리라는 그분의 약속이 나옵니다. 그 약속의 표가 바로 무지갭니다. 따라서 인간은 그 약속의 말씀을 믿고 새 삶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변화된 새 생활 안에서만 축복의 무지개가 뜨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또 예수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 시기의 거룩한 의미입니다.
어떤 형제가 TV를 너무 좋아해서 저녁만 먹으면 식구들과 채널문제로 자주 다투곤 했습니다. 한 번은 회사에서 보너스를 탄 김에 더 큰 TV를 구해서는 자기 방에 놓고 혼자만 편하게 보곤 했습니다. 그러자니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가정에서 대회가 없어지니 서로가 소외되는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고 나중에는 가정이 왜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뒤늦게 이 친구가 정신을 차리고는 TV를 없애고 가족들끼리만의 시간을 오붓하게 갖게 되자 가정에 축복의 무지개가 뜨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무엇에 묶여져 있는지를 잘 모릅니다. 알아야 뉘우치고, 깨달아야 회개를 할 텐데 모르기 때문에 평생 고치지 못하는 마치 배냇병신마냥 됩니다. 사람이 이렇게 되면 슬픈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예수님처럼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들어가서 자신을 깊이 바라봐야 합니다. 자신을 알 수 있을 때 보람된 삶을 창조할 수 있으며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있을 때 미래를 옳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회개를 설교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회개의 의미를 보다 깊이 새겨들어야 합니다. 탕자(루가 15, 11~32 참조)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자 쫓겨날 줄 뻔히 알면서도 아버지께로 돌아갔습니다. 이것이 회개의 참모습입니다. 기차를 잘못 탔으면 바로 바꿔 타야 합니다. 엉뚱한 기차 안에서 아무리 사절하고 매달려봐야 기차는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되지 않습니다. 또한 자신의 잘못된 것을 알면 표시가 있어야 합니다. 옛날 노아의 설교로 니느웨가 임금부터 짐승에 이르기까지 단식과 재를 지켰듯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며 또한 세관장 자캐오가 자신이 잘못 산 것을 깨닫자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듯이 우리도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회개의 모습을 주님께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어떤 형제는 사순 시기에 자신의 마흔 가지 죄를 하루에 한 가지씩 반성하면서 지냈다고 하며, 또 어떤 자매는 기도해주고 도와줘야 할 대상 마흔 명을 선정해서는 하루에 한 사람씩을 위해 봉헌했다고 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바로 이 시기에 술을 끊고 담배를 끊으면서 자신의 잘못된 습관을 하나씩 찾아서 희생으로 봉헌하는 신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순 시기는 더 은혜로운 시기입니다.
인생에는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은혜의 때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은혜의 때입니다. 마음을 고쳐먹고 은혜의 하늘을 활짝 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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