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수의 일반 출판사가 이미 시중에 번역 출간돼 있는 교회 출판물을 저작권 관계법상의 양도도 받지 않은 채 책 이름까지 동일하게 출판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의 책은 이미 10년이 지난 84년 광주가톨릭대학 신학전망 편집부가 한국 교회 2백주년을 맞아 펴낸 「성서 신학사전」으로 서울 종로서적출판사가 93년 11월 30일 버젓이 같은 이름으로 서점에 내 놓음으로써 시비를 일으키게 된 것.
신학전망 편집부가 펴낸 「성서 신학사전」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성서 신학자 70명이 협력해 만든 「Vocabu-laire de Theologie Biblique」를 명실 공히 편집자 Leon-Du-four 신부로부터 번역권을 양도받아 출판한 것으로서 당시 광주가톨릭대학 교수진이 4년여 동안 작업한 끝에 빛을 본 책이다.
임춘갑씨 번역 편집으로 출간된 종로서적출판사의 「성서 신학사전」은 신학전망 편집부의 불어 원문 직역과는 달리 영역본과 일역본을 참조 중역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항목 수도 같고 부록의 용어 색인에 나타난 국어 대조어가 영어인 것으로 드러나 영역본에 의한 중역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사전은 가격까지 2만 원으로 동일하게 책정, 판매되고 있다. 또한 ‘하느님’을 ‘하나님’으로 표기하는 등 용어에 있어서도 개신교 용어를 따르고 있어 신자들의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일반 출판사의 교회 출판물 저작권 침해는 그간 선교 차원에서 강한 제재를 취하지 않는 교회 출판사 입장을 악용 끊이지 않고 발생했었으나 이번 사례는 수필집이나 소설류도 아닌 출판사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사전이며 또한 세상에 양심을 강조해야 할 종교와 신학에 관한 전문 서적임을 감안할 때 상업성에만 치우친 무책임한 처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신학전망 편집인 이제민 신부는 “종교 신학 서적의 학문적 입장을 도외시하고 상업적으로 도용한 데 대해 종로서적출판사 측에 정의와 양심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다”고 밝히고, 적절한 경위 설명과 합당한 조처가 없을 경우 법에 호소함과 동시에 전 언론 기관을 통해 부당함을 알리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87년에 발효된 저작권법에서는 이러한 경우 제5조에 번역물일 때 번역 저작권 침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과 3백만 원 이하의 벌금을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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