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성사의 5대요건 중 보속에 얽힌 사연을 소개해본다. 보속은 환자의 상태를 진단한 의사의 처방과 같은 것이다. 환자의 병증에 따라 복용해야 할 약이 다르듯 영혼의 상태에 따라 보속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보속이 죄값은 아니라는 얘기다. 중죄(重罪)를 지었다해서 꼭 보속이 무거운 것도 아니고 반대로 경죄(輕罪)에 대한 보속이 가벼운 것만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 사람의 영혼상태에 맞추어 보속을 주는데 그것이 외적으로 볼때 무겁게 혹은 가볍게 느껴질 뿐이다.
마치 신경증환자가 자신은 중병을 앓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의사는 비타민류나 수면제 등을 처방하는 경우와 환자 본인은 대수롭지않게 생각하는데 의사는 입원수술을 명하는 경우와 비교해 볼 수 있다.
그런데 간혹 고백성사를 받고난 후 보속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의 죄질(罪質)을 판단하려 한다.
보속으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있는 사람을 보면『야! 저 친구는 무슨 숭악한 죄를 저질렀기에 저런 보속을 다하노?』하며 그 사람을 평가하려고 한다. 또 반대로 어떤 고백사제는 대체로 중형(重刑)을 선고하는 분이라고 소문을 퍼뜨리기도 한다.
합동고백성사 때 보면 약삭빠른 신자중에는 각 고백소에서 나와 보속하는 신자들을 유심히 관찰한 후 간단한 보속으로 끝나는 쪽을 재빨리 선택하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보속에 대한 신자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어떤 사람은 사제가 내리는 보속이 잘 맞지않는다고 말한다. 즉 죄질이 다른데도 명하는 보속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또 어떤 신자는 보다 크고 무거운 보속을 바라는데도 1~2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보속을 준다는 얘기다. 그래서 마치 환자가 의사의 처방을 좀 시시하게 생각한 나머지『이런 약으로 어찌 내 병이 나을 수 있겠나?』하고 의심하는 것처럼 된단다.
그러나 한가지 명심할 일이 있다. 병이 깊은 환자가 자기병을 고치기위해서는 담당의사가 명하는 처방을 어김없이 따르는 길뿐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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