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앞을 보지 못하지만 앞못보는 많은 이들의 조그만 빛이 되길 희망하는 김사일씨(요셉·56세·서울 돈암동본당).
정상인들도 하기 힘든 교편생활을 하면서 좌절하고 절망하는 많은 이에게 삶의 희망을 심어주며 지식과 기술연마를 시켜오고있는 김사일씨는 지난 76년부터 맹인 재활시설인 대림원(상계동 소재)에서 일어·병리학·약물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2살때 홍역으로 두 눈을 잃고 어둠 속을 방황하면서도 오직 배움을 향한 의지를 키워온 김사일씨는 점자 교과서조차 제대로 없던 50년대에 일일이 노트를 하면서 힘겹게 공부했으며 57년 서울 맹학교 사범과를 졸업、배운 것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생각으로 교편생활을 계속하고있다.
앞 못보는 불편한 몸으로 남을 가르친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지만 스스로 배움을 향한 답답하고도 절박한 심정을 맛본 김씨는 기력이 쇠진할때가지 교단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하며 지금도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요즈음도 일주일에 2회씩 영어회화 공부를 하고있다』는 김씨는『가끔씩 별소용도 없는 영어공부를 한다는것이 우스꽝스러울때도 있지만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있다』면서『외국인에게 한국에 대해、특히 국내 장애자에 대해 설명해 줄때 보람을 느낀다』고.
61년 결혼、슬하에 2남1녀를 두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기도 했지만、69년 연탄가스로 갑작스레 부인을 잃은 김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어야만했다.
그동안 재혼권유도 많이 받았지만 성장하는 자녀들과 이웃에 대한 봉사로 자신을 가다듬으며 쓸쓸함과 불편함을 견디며 생활해 나가고 있다.
부인과 사별후 74년 어머니의 영향으로 돈암동성당에서 영세、입교한 김씨는 신앙안에서 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며 79년 가톨릭 맹인선교회에 가입、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맹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김사일씨는『눈먼 자식을 업고 이 학교 저 학교 찾아다니며 공부를 시킨 어머니께 진심으로 감사한다』면서『처음 맹학교 사범과를 졸업한후 춘천 맹인학교 교편생활을 비롯 맹인 타자수·맹인도서관에서의 제본작업 등 여러가지 일을 해봤지만 결국 가르치는 일로 돌아왔다』면서 대림원을 거쳐 사회에 진출한 이들이 자립해서 살아가는 것을 볼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요즈음은 정상인만 교단에 설 수 있기때문에 맹인교사는 거의 없다』고 말하는 김씨는『초보과정에서는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위로、용기를 북돋워 줄 수 없는 맹인교사가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다』면서 맹인교사의 장점을 조심스레 피력하기도했다.
『강의 할때 학생들이 얼마나 알아 듣는지 반응을 알 수 없어 안타까울 때도 있지만 학생들의 협조로 큰 어려움 없이 가르치고있다』는 김씨는 무엇이든지 받아 들이는 자세에 따라 생활이 달라진다고 강조、『자신을 긍정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때 진정한 평화를 얻을수 있을것』이라면서 밝게 웃었다.
가정방문 전화 등을 통한 상담활동도 벌이고 있는 김사일씨는 재활원 등을 통해 안마·지압·침술등을 습득한 맹인들은 정상인 못지않게 훌륭한 사회인으로 자립할 수 있다면서 일반인들의 편견없는 관심과 사랑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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