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 계명 음행을 하지 말라.
“성은 인간의 육체 및 영혼과 일치하여 인간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특히 정서와 사랑하고 자녀를 낳는 능력과, 보다 일반적으로는 타인과 친교의 관계를 맺는 소질과 관련된다.” (<2332>)
성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인간은 남성 아니면 여성이지 중성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성은 생물학적, 심리적, 영적 차원에서 각각 남자와 여자를 특징짓고 구분 짓는 모든 것을 표시한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기본 규범이 나온다. “남자와 여자가 자신의 성적 신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각자 가해야 할 일이다.” (<2333>) 그러나 적지 않은 수의 동성연애자나 그 밖에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자신의 성적 신원을 선천적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실존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들은 동성애 상황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이들 중 대다수에게 그것은 시련이다. 따라서 이들을 존경심과 동정심과 세심한 배려로 대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어떠한 부당한 차별의 표시도 피해야 할 것이다.” (<2358>)
성이란 그 밖에도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남자와 여자간의 상호성을 말한다. 성은 인간 상호간의 관계는 중성적인 것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간의 관계임을 표시한다. 부부의 결합은 남자와 여자간의 관계의 본래의 형태이지만 유일한 형태는 아니다. 보다 숭고한 동기로 결혼을 포기한다고 해서 남자와 여자간의 인간 상호 관계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께서는 인류를 남자들만의 또는 여자들만의 집단으로 창조하신 것이 아니다. 남자와 여자간의 관계는 어떠해야 할까? 그리스도교 윤리는 이타적 사랑밖에는 다른 평가 기준이 없다. 그것은 목적으로서의 가치이지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결코 아니다.
남자와 여자간의 관계에 있어서 에로스의 역할은 무엇인가? 에로스, 성적 감정과 욕정은 결코 진정한 인간 상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인간의 한 성분인 에로스에 대해 가톨릭 윤리는 그것을 억제해야 한다거나 해방시켜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그것을 인간과 인간의 목적에 통합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새 교리서는 인간의 성욕을 제어하는 덕인 정결의 역할을 폭 넓게 다룬다. 정결은 성적 정서와 욕구를 억제하고 고행을 하도록 이끄는 것이 아니라 성욕을 인간이 자유롭게 선택한 생활 신분에 맞추어 인간에게 현명하게 통합시키도록 이끄는 것이다. 요컨대 인간화의 길은 성욕이든 다른 어떤 감정이든 그것을 억제하거나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그의 소명에 통합시키는 데 있는 것이다.
성에 대한 가톨릭의 윤리 규범은 어떠한 성적 행동이 인간에게 의미 있는 것이고 어떠한 것이 그렇지 않은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혼외관계, 자위행위, 동성애를 금지하는 것은 결혼을 통해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 자신을 내어주고 생명을 낳도록 하는 성관계의 진리를 지향하는 것이다. 새 교리서는 이에 관한 가톨릭의 사랑을 다음과 갈이 종합적으로 표현한다. “육체적 결합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 확정적인 생명의 공동체가 세워질 때에 한하여 윤리적으로 정당한 것이다.” (<2391>)
성의 이러한 의의를 이해하지 못하면, 가톨릭 윤리는 혼외관계 동성애 피임 등을 금하는 금지의 총체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불행히도 교회 안팎의 많은 이들이 이러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그러한 개개의 규범들이 실현하게 되는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금지의 윤리는 인간을 증진시키고 해방시키는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하며 오히려 인간을 죄의식에 빠뜨리는 수단이 되기가 쉽다.
현대 문화는 이 계명과 가톨릭 사상의 모든 전통의 관점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매스미디어는 오로지 쾌락, 소비, 효율만을 지향하며 성과 본능에 사로잡힌 생활양식을 제시하고 있다. ‘프리섹스’의 문화가 만연되고 있다.
성의 저속화 현상에 대해 새 교리서는 전반적인 남자와 여자의 관계와 특히 부부 관계의 바탕이 되는 가치들에 초점을 맞추어 성에 관한 윤리문제를 제시한다. 그리하여 새 교리서는 인간을 해방시키는 것과 겉보기와는 정반대로 결국 인간을 노예로 전락시키는 것을 식별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이 대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392> “사랑은 모든 인간의 기본 소명이고 타고난 소명이다.” (가정 공동체 11항)
<2393>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실 때에 남자와 여자에게 동등한 인격적 존엄성을 주신다. 남자와 여자가 자신의 성적 신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각자가 해야 할 일이다.
〈2394〉 그리스도께서는 정결의 모델이시다. 모든 세례 받은 사람은 각자 자기 고유의 생활 신분에 따라 정결한 생활을 하도록 부르심을 받았다.
<2395> 정결은 성을 인간에게 통합시킴을 뜻한다. 그것은 자제심의 습득을 필요로 한다.
<2396> 정결을 중대하게 거스르는 죄 중에는 자위행위, 간음, 포르노, 동성애를 예로 들어야 한다.
<2397> 부부가 자유로이 맺은 결합은 신의를 지키는 사랑을 뜻한다. 그것은 결혼의 불가해소성을 지킬 의무를 그들에게 부여한다.
<2398> 출산은 결혼의 선익이며 선물이요 목적이다. 생명을 낳음으로써 부부는 하느님의 부성에 참여한다.
<2399> 산아 조절은 책임성 있는 부성의 한 측면이다. 부부의 의향의 정당성이 윤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수단(예컨대 직접적인 불임수술이나 피임)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2400> 간통과 이혼, 일부다처와 동거생활은 결혼의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모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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