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안심하고 마실 물이 없다. 녹색이 사라져가는 세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교회는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상 만물을 아름답게 있는 그대로 보전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환경이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것은 창조질서를 역행하는 것이며 엄연한 교회의 직무유기이다.
교회가 환경운동, 즉 창조질서 보전운동에 제 목소리를 다하는 것은 바로 복음정신이며 이 시대에 외쳐야 할 예언자의 소리인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의 환경운동은 89년 수돗물 오염 사태를 계기로 그해 7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환경문제 강연회를 개최하고 자료집을 펴내면서 본격화되었다.
90년대에 접어들면서 환경문제가 국내 사회운동의 주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아가면서 교회 내 환경운동은 더욱 다변화되고 가속화되어 나갔다.
그러나 교회 단체들의 일련의 환경운동은 환경오염에 대한 정보 부족과 환경신학 부재, 운영 미숙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범국민운동으로 펼쳐지지 못한 채 지엽적이고 피상적인 일차원적 환경 실천운동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환경 운동가들은 가톨릭교회의 환경운동이 민간 환경운동의 주체로써 범국민적 호응을 얻기 위해선 환골탈태, 새로운 환경 전략 모색과 아울러 환경운동이 궁극적인 창조질서 보전운동임을 알리는 전 교회적 차원의 의식 전환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교회 환경운동에 대한 환경 전문가들의 우려를 직시, 현행 교회 환경단체의 운영 실태와 한계를 정리해보고, 교회 환경운동 혁신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진단해본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환경운동 실태
한국 가톨릭교회 내 환경단체들의 성장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 중 하나가 ‘지엽성’이라고 거론된 것은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89년 7월 주교회의 정의 평화위원회의 환경문제 강연회를 필두로 본격화한 한국 가톨릭교회의 환경운동은 그 출발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는 몇몇 성직자들을 중심으로 전개돼 ‘지엽성 탈피’라는 영원한 숙제를 안고 시작됐다.
교계제도 특성상 지역 교구와 본당 중심의 사도직 활동은 당연한 행태라고 긍정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 환경단체의 실천운동과 구분 ‘창조질서 보전’이란 복음적 차원에서 환경문제를 재고해볼 때 ‘지엽성 탈피와 전 교회적 차원의 연대성 확보’는 교회 환경운동 실천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이 교회 환경운동가들의 일반된 견해이다. 그러나 교회 사도직 운동의 한 형태로 자연 발생적으로 파생된 한국 가톨릭교회의 환경단체들은 지엽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체 교회와 연대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가톨릭교회의 환경운동은 시작은 좋았지만 제도적 틀에 갇힌 채 실적에만 급급한 초보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혹평을 듣고 있다. 교회 환경운동을 주도하는 성직자들 스스로도 “작금의 교회 환경운동 실태는 비전을 제시하는 시민적 대안운동이 아니라 사회적 이슈에 연연하고 있다”고 자인하고 있다.
“대안이 없는 실적 위주의 환경운동은 진일보할 수는 있어도 등 1단, 즉 한 차원 높은 환경운동은 불가능하다”는 말처럼 교회 환경운동을 대표하는 지도자들 스스로가 지엽성에서 오는 한계와 후진성을 인정한 것이다.
현재 어느 정도 지엽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경 정책 대안 제시와 함께 국민 연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교회 환경단체는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환경보전부와 대구대교구의 푸른평화운동본부 등을 손꼽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들 두 단체도 교구와 수도회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여타 환경단체들과 마찬가지로 저공해 비누 만들기, 유기물 도농 직거래, 우유곽 재활용 등 걸음마 단계의 환경실천운동이 주요 사업 대상이라 아쉬움을 주고 있다.
한국가톨릭교회 환경단체의 또 다른 걸림돌로 많은 환경운동가들은 제도화되지 못한 조직과 대안 부제를 거론한다. 일례로 본당 내 평협 활동에 환경 생명운동을 구체적으로 전개하는 분과 하나마저도 제도화되고 있지 못한 실정에서 환경문제를 거론한다는 것은 무리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또한 우후죽순 격으로 사회적 이슈에만 연연하는 기존의 모습에서 탈피,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며 상호 연대적인 대안을 마련, 교회의 고유성이 함축된 환경정책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환경운동가들은 제안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가톨릭교회가 한 차원 높은 환경운동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교회 고유의 복음적 환경 영성을 도출하는 길뿐”이라고 강조한다.
사목지 대담에서 “사회적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우리 교회의 환경운동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면 여전히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한 정홍규 신부(푸른평화운동 대표)는 “교회 환경운동이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하기 위한 전 교회적인 운동이니 만큼 교회 환경운동의 성패는 성직자들의 관심과 책임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대안
한국 가톨릭교회의 환경운동이 한 단계 높은 진보적 환경운동으로 혁신하기 위해선 환경운동에 대한 신학적 접근이 왕성해야 한다는 것이 교회 신학자들의 일반적 견해이다.
교회의 환경운동이 사회 환경단체의 그것과는 다른 고유성을 찾고 예언자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선 환경문제에 대한 복음적 재해석이 선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톨릭교회의 환경운동은 우유곽 수집, 재활용품 쓰기, 저공해 비누 만들기 등도 좋지만 적어도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한다’는 복음적 바탕 위에 하느님의 모든 창조물과 삶을 동반한다는 새로운 환경 영성을 도출해내야 한다는 것이 신학자들의 주장이다.
신학이 바탕이 된 자연에 대한 재해석과 생태계 전체를 구원의 과정으로 인정하는 환경의식의 대전환이 환경운동 정착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전망이다.
따라서 교회 환경운동가들은 ‘환경윤리 사목 지침서’와 같은 그리스도의 복음정신이 바탕이 된 현실적인 환경정책 대안이 절대 필요하다고 요청하고 있다. 그리스도교 영성과 복음적 가르침이 바탕이 된 환경윤리 사목 지침서가 교회의 환경단체들을 유기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힘과 계기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마지막 징표는 환경문제를 어떻게 복음적으로 재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한 신학자의 말대로 이 땅에 예언자적 비전을 제시할 환경사목 지침서를 기대해 본다.
■알림 = 본란에 연재해온「목자유감」「수도의 길목에서는」이번호로 끝맺습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이 칼럼은「일요한담」란에 통합되어 계속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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