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 편집자문위원회 제11차 회의
“가짜뉴스 식별할 수 있도록 방안 마련 힘써주길”
■ 상반기 평가
남북화해 분위기에서 평화 기획 시의적절
교회 공식 언론매체들 미디어 식별교육 앞장서야
■ 하반기 제언
북한선교 기획 다루려면 개신교 시행착오 살펴보길
교구별 성폭력 대응기구 관련 후속 진단기사 다뤘으면
본지 편집자문위원회 제11차 회의가 5월 25일 서울 명동 세종호텔에서 열렸다. 전원 신부, 노길명 위원장, 이세라 위원, 강신우 위원, 김지영 위원, 김민수 신부, 본지 장병일 편집국장(왼쪽부터). 사진 서상덕 기자
■ 참석위원
-노길명 위원장(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김민수 신부(서울 청담동본당 주임)
-전원 신부(서울 도봉산본당 주임)
-김지영 위원(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강신우 위원(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이세라 위원(햇살사목센터 연구원)
가톨릭신문은 5월 25일 서울 명동 세종호텔에서 제11차 편집자문위원회 회의를 열고 2018년 상반기 보도에 대한 평가와 하반기 기획·보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한 ‘가짜뉴스 식별’에 대한 집중적인 토의가 이뤄졌다.
-노길명 위원장(이하 노 위원장) : 가톨릭신문은 2018년 들어 평화를 주제로 신년특집을 냈다. 남북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보면 방향 설정이 적절했다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가톨릭신문이 교회가 남북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신앙인들은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심도 있게 전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5월 13일자 특집기사가 인상적이었다.
■ 상반기 보도 평가
-김지영 위원(이하 김 위원) : 프란치스코 교황도 가짜뉴스 문제를 담화에서 언급하며 식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는가?
가톨릭신문은 5월 13일자 1면에서 가짜뉴스를 다뤘다. 기사에서 언급한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은 ‘진리를 깨닫자’다.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다.
기사에서 언급한 또 다른 대책은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 강조’다. 하지만 교회 내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계획하고 있는 단체가 있는가? 아직까진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면 교회언론이 나서야 한다. 교회언론이 전문가를 모으고 대책을 수립해 신자들에게 효율적이고 구체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한다. 일회성으로 그쳐선 안 된다. 장기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노 위원장 : 교회 내에 많은 자생 집단들이 생겼다. 교회 공식 승인을 받지 않은 집단이 가톨릭 단체라고 속이고 신자들에게 SNS 등을 통해 가짜뉴스를 전파하고 있다. 이들은 교계제도를 손상하고 교회 전체에 피해를 주고 있다. 교회 공식 언론매체들은 신자들이 거짓 정보를 식별하도록 도와야 한다.
-김 위원 : 사실관계가 틀린 것을 가짜뉴스라고 하지만, 왜곡된 것 역시 가짜뉴스다. 부실한 뉴스와 기사도 가짜뉴스 범주에 포함된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석 달 동안 가톨릭신문의 미투운동 관련 사설은 가짜뉴스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면 곤란하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언급한 뒤 그에 대해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사설이다. 대안을 제시할 때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김민수 신부(이하 김 신부) : 사설을 보면 새로운 내용을 제시해야 하는데 앞에서 다루었던 기사의 반복·요약에 그치고 있는 정도라 개선이 필요하다.
-강신우 위원(이하 강 위원) : 사회적으로 큰 이슈로 거론될 만큼 종교계의 치부가 드러났는데 가톨릭신문의 보도는 너무 소극적이고 차분했다. 대책과 결과만 내놓고 사전 평가나 원인분석 같은 구체성이 보이지 않는다.
-이세라 위원(이하 이 위원) : 3월 보도에서 새 학기, 새 교실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청년들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교회 영성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원론적인 이야기라 아쉬웠다. 청소년·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이 어떤 원인으로 발생하고 대책은 무엇인지 심층적인 보도가 나왔으면 좋겠다.
-노 위원장 : 가톨릭신문은 사회문제를 항상 복음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낙태다.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가톨릭신자의 낙태율이 높게 나온다. 가톨릭신문에서 깊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교회가 상당히 다원화되고 있다. 자생적인 조직이 발생하고 그 조직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회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의견이 때로는 갈등을 빚기도 하고 교회의 정체성에 문제를 가져오기도 한다. 교회언론이 신자 사이에 정확한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평신도가 공감할 수 있고 공통분모가 될 이야기를 고민해야 한다.
-김 신부 : 교회언론 내에는 ‘달력 기사’라는 말이 있다. 가톨릭 전례가 주기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예전 기사를 얼마든지 반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새로운 것을 쓰지 않고 예전 것을 반복하는 기사가 상반기에 종종 보였다.
-강 위원 : 3월 25일자 신문에서 제주교구 본당의 성지가지 작업을 다룬 기사가 사진말 형식으로 짧게 나갔다. 하지만 왜 전국으로 보낼 성지가지 작업을 제주도에서 하는지 언급이 없어 아쉽다.
■ 하반기 보도 방향에 대한 제언
-노 위원장 : 하반기 보도 방향으로 평화실현을 위한 ‘현장탐방’과 ‘북한방문 지속추진’이 설정돼 있다. 특히 현장탐방으로 ‘한반도 평화기원 유럽 순례’를 다녀왔는데 이것이 평화와 어떤 관계가 있나?
-장병일 편집국장(이하 장 국장) : 통일을 달성한 독일 등 유럽 일대를 돌아보며 교회적으로 필요한 준비가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했다.
-노 위원장 : 통일 전 독일보다는 현재의 북한이 상대적으로 신자 수가 적다. 또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하게 되면 활발한 선교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방법으로 무조건적인 방문 추진이 적절한지는 점검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개신교의 선교 활동을 살펴보자. 무조건적인 방문보다는 좀 더 효율적으로 선교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개신교가 겪고 있는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장 국장 : 하반기 ‘평화’와 관련된 기획의 출발은 6월 21일 대구대교구에서 예정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심포지엄에 대한 보도다.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남북 교류협력’과 ‘교회역할’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좌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 위원 : 하반기 기획으로 가짜뉴스 관련 기획을 제안하고 싶다. 가톨릭신문은 신자들이 가짜뉴스를 식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테면 미디어를 식별할 수 있는 교육을 직접 기획하고 관련 세미나를 열어 그 내용을 지면에 게재하는 것이다. 일회성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 이 위원 : 미투운동과 관련해서 교구별로 기구를 설치했다는 단신이 나오고 있는데 후속 조치에 대한 진행 상황과 진단을 다뤘으면 한다. 각 본당 차원과 작은 공동체 차원에서 어떻게 잘못된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을지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주면 좋겠다.
-전원 신부 : 요즘 가톨릭신문이 지쳐있다는 느낌이 든다. 교회언론의 자원적 한계도 있겠지만, 내부의 소통 구조가 원활한지 살펴봐야 한다.
기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소통구조가 살아 있는지 궁금하다. 제목을 뽑는 부분에서부터 소통이 되지 않으면 내용이 빈약해진다. 또 장기기획을 맡은 기자에게 해당 기획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 안식월과 안식일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김 신부 : 교회언론 자체가 재충전의 시간에 소극적이다. 안식년이나 안식월 제도를 통해 해소돼야 한다. 옛날보다 지면이 늘어나다 보니 외부 필진에게 한 면을 전부 할당하고 있다. 독자 입장에서 외부 필진의 글이 얼마나 매력이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 신문은 뉴스전달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가톨릭신문의 여러 면이 뉴스 외에 부수적인 것들로 채워지다 보니 식상해하고 그냥 넘어가는 사례가 많다.
정리 김동진 수습기자 sk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