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로 살아온 25년간의 이야기를 내면 좋겠다고 생각해 책을 집필하게 됐습니다. 막상 글을 써놓고 보니 내 개인의 이야기를 썼다기보다는 같은 세대의 이야기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한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로서의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올해 사제 수품 25주년 은경축을 맞는 김산춘 신부(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나를 넘어 당신 안에서」를 펴낸 이유를 이처럼 밝혔다.
김 신부의 말처럼, 그의 저서는 한 개인의 인생록이면서도 우리가 살아온 ‘공동의 기억’ 혹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 엮어진 책과 같다. 한걸음씩 걸어가면서 풀어낸 이야기들은 솔직하게 다가온다.
인생의 많은 변화와 굴곡 앞에서 그는 누구보다 진솔하게 선택하며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선택의 순간 앞에서 ‘자기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김 신부의 모습을 볼 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자아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주기도 한다.
고교 시절 문학도를 꿈꿨던 김 신부는 자신이 원하는 것에 다가서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며 ‘글’을 쓰고 배우고자 노력했다. 그러던 중 대학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해 구상(요한 세례자) 시인을 만나 종교에 대해서 깊이 사유할 기회가 생겼다.
“인생의 기로에는 문학의 기로, 종교의 기로가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며 “사제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고, 가톨릭에 대한 관심이 더 생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에 있어 ‘진선미’(眞善美)의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김 신부는 그 길이 ‘사제’의 길에 있음을 느꼈다. 그때부터 하느님을 따라 걷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하느님께서 나를 당신께서 원하시는 길로 가게 하려고 이끄신 것 같습니다. 제가 사제로 살게 하시려고 그분께서 함께하셨습니다”
25년이라는 세월 동안 사제의 길을 걸은 그에게 ‘사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김 신부는 ‘예수님의 벗’이라고 답했다. 그는 “예수님의 벗, 그게 바로 사제다. 예수님의 벗으로 사는 것이 사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개인의 삶이지만 같은 세대를 살아간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를 넘어 당신 안에서」는 우리에게 웅숭깊은 울림을 준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또한 자신을 치열하게 들여다본 그의 삶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되짚는 기회를 제공한다.
“삶은 한 사람이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은경축과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회갑을 기념해서 내는 책이지만, 자축하는 의미로 낸 것은 아닙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그리고 내 주변에서 함께한 이들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