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날 특집] 재활용 쓰레기 대란, 해법은?
소유와 소비의 삶에서 절제와 나눔의 삶으로
재활용 쓰레기 수거 중단되자 며칠 만에 ‘쓰레기 대란’ 심각
환경부, 관련 대책 발표했지만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이 해답
교회, ‘즐거운 불편’ 운동 등 생태계 위한 운동 꾸준히 펼쳐
창조질서 보전에 함께 힘써야
아파트 단지마다 재활용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간다. 봄과 함께 찾아온 이른바 ‘쓰레기 대란’ 현장이다. 매주 한가득 배출되는 재활용 쓰레기를 보면서도 칸칸이 나눠진 분리수거함에 제대로 쏟아내기만 하면 괜찮다고 믿던 착각의 역습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우리의 집인 지구가 점점 더 쓰레기 더미처럼 보이기 시작한다”(21항)고 말하면서 이는 “버리는 문화와 밀접하게 관련된다”(22항)고 지적했다. 쓰레기 대란으로 ‘잘 버리는 것이 아니라, 버리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교회의 오랜 가르침이 새롭게 빛을 발한다. 쓰레기 대란의 원인과 실태를 진단하고 교회가 제시하는 해법을 알아본다.
■ 재활용 수거업체들의 수거 거부로 시작
쓰레기 대란은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재활용 수거업체들이 지난 4월 1일 플라스틱 페트병과 폐비닐 등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쓰레기 대란의 1차적 원인은 지난해 7월 시작된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 중단 조치’다. 세계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수입하던 중국이 환경오염을 이유로 플라스틱, 비닐, 섬유, 금속 등 24종의 재활용 쓰레기를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하면서 세계는 혼돈에 빠졌다.
우리나라 역시 재활용 쓰레기 수출길이 막히며 재활용 수거업체들의 수익은 급감했고 재활용 수거업체들은 그동안 무상으로 수거해 처분하던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잘 쌓아두기만 하면 무상으로 가져가 처리하던 업체들이 수거를 거부하자 불과 며칠 만에 ‘쓰레기 대란’이 찾아왔다.
■ 분리배출은 답이 아니다
환경부는 쓰레기 대란이 전국을 휩쓴 지 한 달여가 지난 5월 10일 ‘재활용 폐기물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재활용 순환 순서에 따라 6단계로 제시된 개선대책의 골자는 ‘재활용 쓰레기 배출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물론 이번 대책에는 ‘이해하기 쉬운 분리배출 가이드라인 마련’ 등 재활용 쓰레기를 잘 버리도록 유도해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번 종합대책은 분리배출이 쓰레기 대란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님을 드러낸다.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에 따라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은 분리배출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생태적이다. 그러나 분리배출 한 재활용 쓰레기라 하더라도 모두 재활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데 함정이 있다.
우리나라의 재활용 쓰레기 가운데 재활용되거나 퇴비화되는 비율은 59%에 불과하다. 그대로 매립되는 경우도 16%나 된다.
올바른 분리배출을 통한 쓰레기 재활용이 더 나은 지구를 만드는 것에 기여한다는 굳은 믿음은 ‘절반의 진실’이다.
■ 근본적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들
이미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오랫동안 재활용 쓰레기를 낳는 일회용품 사용 자체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어쩔 수 없이 쓰게 된 것만 재활용하자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이 그 예다.
환경부의 이번 종합대책은 정부 또한 쓰레기 대란의 근본적 재발 방지 방안을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번 종합대책에는 유통·소비 단계에서 발생하는 과대포장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과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 등의 일회용컵 사용 억제, 편의점 및 제과점 등의 비닐봉투 무상 제공 금지, 공공기관의 우산비닐커버 사용금지 등의 방안도 제시됐다. 이번 대책에 따라 5월 1일부터 모든 서울 지하철 역사는 우산비닐커버 제공을 중지했다.
■ 교회가 제시해 온 오래된, 그러나 확실한 대안
갑작스레 닥쳐온 재난처럼 느껴지는 쓰레기 대란과 달리 쓰레기 대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은 결코 낯설지 않다. 특히 교회가 펼쳐 온 ‘생태적 삶을 사는 교회공동체’를 위한 노력들을 알고 있는 신자라면 정부가 제시한 종합대책과 시민사회가 제시한 운동들이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한국교회는 ‘생명을 살리는 교회’를 지향하며 다양하고 구체적인 실천 운동들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서울대교구가 전개한 ‘즐거운 불편’ 운동이 대표적이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위원장 이재돈 신부)가 2006년부터 펼쳐 온 ‘즐거운 불편’ 운동은 창조질서를 보전하기 위해 다소 불편하지만 보다 생태적인 삶을 즐겁게 받아들이자는 실천운동이다.
‘즐거운 불편’ 운동은 과소비사회의 모습을 반성하며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추구한다. ‘즐거운 불편’ 운동의 핵심은 아끼고 나누며 조금 불편하게 살아가자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는 2016년부터는 ‘즐거운 지구 살리기’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실천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 사용하기’, ‘면 생리대 이용하기’, ‘종이컵 대신 텀블러 이용하기’, ‘아나바다 장터 이용하기’ 등 ‘즐거운 불편’과 ‘즐거운 지구 살리기’ 운동이 펼쳐 온 다양한 실천들은 ‘쓰레기 대란’을 넘어서는 구체적 방안으로 손색없다.
「찬미받으소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광란의 소비 세계는 모든 형태의 생명을 착취하는 세계”(230항)이며 “그리스도교 영성은 소비에 집착하지 않고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생활 방식을 독려한다”(222항)고 말한다.
절제와 나눔을 실천하는 삶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삶이자 동시에 가장 생태적인 삶이다. 더 가난하고 더 소박하게 살아가자는 그리스도교 정신은 쓰레기로 멍들어가는 지구를 살리는 오래된, 그러나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한 그리스도인 의무
2015년 발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환경과 생태 문제가 단지 지구와 자연의 문제만이 아니며 정의와 평화의 문제이고 근본적으로 신앙과 그 실천의 문제임을 분명하게 제시함으로써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노력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찬미받으소서」는 무엇보다 환경문제는 실천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교황은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 담긴 오래된 가르침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적은 것이 많은 것”(222항)이라는 확신을 가질 것을 권고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 또한 2018년 환경의 날 담화를 통해 “나만의 풍요와 편리를 찾는 소유와 소비의 삶을 검약과 절제의 삶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 환경운동 현장에서도 일관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상임대표 양기석 신부는 “쓰레기 대란의 근본 원인에는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누리는 것이 ‘선’이라고 생각하는 물질주의적 가치관이 자리한다”고 지적하며 “위협 받는 자연 생태계를 위해 소비 중심적인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연대팀장 역시 “하느님의 창조물인 자연 생태계에 최소한의 부담을 주는 방식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은 신앙인으로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라며 “즐거운 불편을 감수하는 실천만이 쓰레기로 뒤덮여가는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