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독일 쾰른대성당에서 거행된 장인산 신부 서품식.
사제의 본분은 하느님께 대한 마음가짐을 신자들에게 생활로 보여주는 것이란 생각에 이 구절을 저의 서품성구로 삼았습니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온종일 주님만을 생각할 수 있는 것 또한 사제들에게 내리신 특별한 은총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하루를 주신 분께 기쁨으로 찬미 드립니다. 또 하루를 보내면서 중간중간 삐뚤삐뚤 걸어도 바르게 잡아 세워주심에 감사드립니다.
6·25전쟁 중에 아버지가 전사하시고, 어머니는 4살, 1살 어린 아들 둘을 품에 안고 대구에서 너무나 가난한 피란생활을 하셨지요. 그런데 제가 덜컥 소아마비에 걸렸습니다. 어머니는 매일같이 저를 업고 성모당에 가서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셨고, 매일 밤 ‘하느님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가엾이 여겨주십시오’라고 기도하셨습니다. 끊임없이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는 밤에 안 주무셔도 사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습니다. 기도의 은덕으로 하느님께서는 저를 후유증 없이 치유시켜주셨습니다. 그 때 어머니께서 “베르나르도야, 너는 하느님의 특별한 사랑 받았고 성모님의 도우심을 체험했으니 사제가 되어 매일 감사미사를 봉헌하면 참 좋을 듯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에겐 그 말씀이 큰 축복의 말로 들렸습니다. 간절히 사제가 되고 싶은 마음에 어린 시절, 동생 장인남 대주교와 성체강복 흉내를 내는 놀이도 하곤 했지요. 동생보다 3년 일찍 신학교에 입학했지만, 독일에서 공부를 하느라 서품은 동생보다 도리어 3년이 늦었습니다. 40여 년 전 독일 쾰른대성당에서 진행된 서품식 중, 이미 사제가 된 동생이 안수를 해주는데 너무나 큰 감동과 기쁨이 밀려들었습니다. 또한 서품식 때 화답송 지휘를 맡게 된 것도 감동적인 체험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최근 발표하신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특별해서 불림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부족한 가운데에서도 우리를 쓰시겠다고 하시는,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주님을 믿고 살아가면 됩니다. 평생, 주님께서 연주하실 때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울림통을 가진 악기가 되고 싶습니다.
■ 김대건 신부(베드로, 대전 복수동본당 주임, 2005년 1월 25일 서품)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시편 23편 1절, 공동번역 성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