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에 처음으로 ‘십자가의 길’이 화집으로 발간된다.
사순절에 때를 맞춰 발매될 「십자가의 길」(분도출판사 간)은 가톨릭 미술가회 회장 최종태 교수(서울대 미대)가 제작, 현재 연희동 성당에 설치된 15처 상을 흑백 사진에 담은 것으로 각 처의 내용과 설명을 신, 구약성서 중에서 발췌, 수록하고 있다.
십자가의 길뿐만 아니라 국내 미술가가 제작한 종교 작품을 통틀어 첫 화집이라는 데 매우 큰 의의가 있는 이 책은 국내 미술가가 우리 심성에 맞는 조형언어로 제작한 예술성 높은 성물을 인쇄매체로 널리 소개함으로써 그동안 상품으로서의 외제 성물에 길들어온 신자들이 교회미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작가의 주관적 감상에 그 치지 않고 많은 신자들이 작품의 내용을 공감할 수 있도록 적절한 성서 내용을 발췌한 이 책은 특히 묵상용으로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처 ‘예수, 사형 선고를 받으시다’에서 15처 ‘빈 무덤’까지를 총 38페이지에 걸쳐 사진과 성서 말씀으로 엮은 이 책에는 십자가의 길에 관한 내력과 최종태 교수의 작품 제작에 얽힌 이야기도 실렸다.
사진으로 담긴 십자가의 길은 지난 1989년 최 교수가 연희동 본당의 안상인 신부로부터 부탁받아 제작한 것으로 재료는 브론즈를 사용했다.
최 교수는 “그동안 우리 교회미술에 관련된 참고 서적은커녕, 관련된 서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전제하면서 “몇 해 전 프랑스의 오르샹 방느 성당의 사우리가 제작한 십자가의 길 이 ‘고난의 이야기’라는 화집으로 만들어진 것을 본 후 한 번 시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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