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음악이 안고 있는 교회음악의 중요성 및 필요성이나 전문인에 대한 인식 부재의 문제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바로 본당 성가대이다.
교회음악 활성화 및 보급의 첨병인 성가대의 육성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지적이 아니지만 교회 안 성가대는 그저 여타의 취미 단체와 다를 바 없는 실정이며 그만큼 올바른 자리매김도 요원한 상태에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거룩한 정례에 관한 헌장’ 114항에서는 “교회음악의 재보는 극진한 배려로 보존되고 육성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이러한 임무를 성가대에 맡기고 있다. 공의회는 또 성가대의 역할을 미사 전례 때 봉헌할 특송을 준비하고 연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자들을 지도하고 격려하여 전례 중에 신자들이 전례의식에 더욱 친근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확대됐다.
오늘날 본당에서는 성가대 없이도 창 미사가 거뜬하게 봉헌되고 있으며 “성가대가 있어도 전례를 그다지 풍요롭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어린이에서부터 어머니, 청년, 남성, 부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성가대가 각 본당마다 조직되고 활동하고 있지만 질적인 수준 향상이나 전례에 있어서의 올바른 역할보다는 그저 활동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교회음악에 대한 중요성이나 전문성에 대한 인식의 부재에 있다.
“성가대 지휘자는 누구나 끼만 있으면 할 수 있다”는 식의 인식이 성가대원들 사이에서조차 자리 잡고 있는 현실 속에서 성가대의 질적 하향화는 당연한 것이다.
백남용 신부(서울 명동본당 성음악 감독)는 “모든 본당의 성가대를 전문적으로 육성할 수는 없지만 주교좌 본당이나 재정적인 능력을 갖춘 도시지역의 본당들은 성가대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마땅히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교회음악 관계자는 “본당이 벌이는 사회복지 활동이나 각종 행사보다도 수준 높은 성가대의 활동이 신자들의 신심생활에 더욱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가대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위해서는 교회의 구조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성가대 자체 내의 의식 개혁과 반성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앞서 본당 사목자들이 전례에 관계하는 성가대원들에게 전례교육과 영성교육의 실시가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복사단이나 미사 해설단 등의 단체와 같은 관심과 교육이 성가대에게도 쏟아져야 한다.
또한 성가대원들 스스로도 전례의 봉사자이며 지도자이고 기도하는 사람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교회음악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많은 성가대원들의 신심단체와 친목단체를 구별할 줄 모른다. 또 어떤 성가대는 음악에만 중점을 두고 신앙은 아예 뒷전인 경우도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따라서 전례 때 봉헌할 성가의 가사를 묵상하는 시간과 성가대 자체 내에서 성서 공부 등 신앙심을 고취시키는 신심활동도 적극적으로 실시돼야 할 것으로 요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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