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서는 안 될 교회 역사의 중요한 한 부분인 공소(公所). 이 땅의 수많은 공소는 한국교회의 역사를 품고 있는 신앙의 뿌리이자 터전이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공소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의 뿌리, 공소」(676쪽/6만원/가톨릭출판사)는 이처럼 사라져 가는 공소를 기억하기 위해 만든 사진집이다.
서울대교구 가톨릭사진가회(회장 김대환, 담당 최대식 신부, 이하 사진가회) 회원들은 신앙 선조들의 숨결이 배어 있는 뿌리인 공소를 다시금 되돌아보기 위해 수년간 전국 각지의 공소를 찾아가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이번 사진집에 실은 공소 수는 전국 14개 교구 630개나 된다. 우리나라 최서단에 자리한 인천교구 백령도의 공소, 최남단에 있는 제주교구 마라도의 공소 등 전국 각지 공소를 사진으로 소개했다. 사진집에는 주소와 공소 약력도 간략히 담았으며, 색인을 통해 원하는 공소를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대부분의 사진 속 공소들의 겉모습은 소박하지만, 그 안에서는 거룩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전주교구 되재공소는 한강 남쪽 지방에 처음으로 세워진 한옥 성당으로, 초기 한옥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가치를 더한다. 또 다른 한옥 형태인 ‘수원교구 사리틔공소’는 신해박해 당시 체포된 자손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 살았던 곳이다. 한국 최남단의 섬 마라도에 위치한 제주교구 마라도공소는 해안가에 위치해 그림 같은 경치를 자랑하기도 한다.
이러한 공소의 사진 촬영에 참여한 회원들은 모두 34명이다. 자발적인 재능 기부로 참여한 회원들은 2014년부터 4년 여 동안 사진집 준비에 온 힘을 모았다. 대문을 열어주지 않아 외부 사진만 겨우 찍거나 아예 문전박대를 당하는 등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회원들은 가톨릭신자 작가로서의 사명감을 바탕으로 작업에 임했다.
사진집 발간 이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등 각 교구 주교들은 축하와 감사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염 추기경은 축사에서 “공소는 교회의 역사와 함께 변천하면서 지금도 그 지역 신앙 공동체의 중심으로 그 역할을 다 하고 있다”면서 “공소 사진집은 공소의 역사를 충실하게 담아낸 기록물로 평가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톨릭사진가회가 사진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이웃에게 봉사하고 세상에 하느님 말씀을 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대환(안드레아) 회장은 “군종교구 공소를 담지 못한 점이 아쉽다”면서 “통일이 되면 군종교구와 평양교구 공소 사진도 촬영해 다시 공소 사진집을 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간한 사진집에 관해 유동희(바오로) 전(前) 회장은 “힘들게 완성한 만큼 사진집이 주님의 빛을 전하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공소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연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진가회는 교회 가르침에 따라 신앙을 키우고 봉사하기 위해 1981년 5월 설립됐다. 회원들은 하느님께 받은 탈렌트로 교회 내 크고 작은 행사에서 사진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활동 중인 회원은 60여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