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설립 30주년
성체성사 정신, 삶에서 실천해온 ‘나눔의 구심점’
최초 ‘헌미헌금운동’으로 시작해
장기기증 등 ‘생명 나눔’ 이끌어
지구시민교육·자살예방 비롯해
시대상 반영한 다양한 활동 펼쳐
우리를 위해 피 흘리며 돌아가시고 자신의 몸을 생명의 양식으로 남겨주신 예수 그리스도. 이러한 그리스도의 뜻을 본받아 우리도 생명의 일부를 나누는 삶을 살기 위해 ‘한마음한몸운동’을 실천해온지 올해로 꼭 30주년을 맞았다.
한국교회는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를 준비하는 노력의 하나로, 1988년 헌혈·헌미·입양과 결연으로 열매 맺는 ‘한마음한몸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이러한 사랑 나눔 실천을 보다 체계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한마음한몸운동’ 전국본부를 출범했으며, 본부의 활동은 1989년 세계성체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에도 큰 힘을 실었다. 지난 30년, 한마음한몸운동은 시대 변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보이며 성체성사의 정신을 생활 안에서 실천하는 큰 구심점이 되어 왔다. 이번 호에서는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본부장 최형규 신부, 이사장 유경촌 주교)라는 나무에서 영근 나눔의 열매들을 살펴보고, 앞으로도 이 나무를 잘 키워나가기 위해 우리가 펼쳐나갈 몫을 돌아본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설립자이자 초대 이사장인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1993년 헌미헌금운동 스티커를 쌀 항아리에 붙인 뒤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2005년 파키스탄 지진 당시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지원한 텐트에서 지내고 있는 이재민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 주님 사랑 실천하는 나눔운동
한마음한몸운동은 성체성사의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나눔 운동이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하 본부)는 특히 ‘물질 나눔’뿐 아니라 ‘생명 나눔’, ‘희망 나눔’ 등 다양한 형태로 대중들이 이 운동에 참가할 수 있는 다리가 되어왔다.
30년 전 가장 먼저 시작한 ‘헌미헌금운동’은 한마음한몸운동의 대표적인 물질 나눔이었다. 각 가정에서 매끼 한 줌의 쌀을 모아 주님께 봉헌하고 이를 가난한 이웃에게 전하는 방식으로 시작했다. 헌미헌금운동은 지금도 매년 5월과 9월 두 차례 진행한다. 5월에는 이웃을 생각하는 성모님의 마음으로, 9월에는 박해 시대 때 부족한 양식도 나누던 순교자들의 뜻을 기리며 쌀을 모은다.
‘생명 나눔’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본부는 생명운동팀을 중심으로 펼치는 장기기증운동, 조혈모세포기증운동, 백혈병·난치병 아동 치료비 지원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나눔이라고 하면 ‘돈 기부’만을 떠올리던 사람들에게 ‘생명도 나눌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실제 1989년 3750명이었던 장기기증 신청자는 2018년 5월 현재 14만9000여 명으로 늘었다.
한마음한몸운동의 갈래에는 ‘희망 나눔’도 있다. 본부 국제협력팀은 현재 국제적인 소통망을 활용해 전 세계 곳곳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있다.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미얀마·캄보디아 등 72개국 581개 국제개발협력사업을 지원해왔다. 자연재해나 전쟁 등을 겪은 나라에 긴급 구호를 지원하고, 가나·중국·몽골·캄보디아 등 4개국에 NGO봉사단을 파견하며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되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97년 초부터 북한의 식량 위기가 급박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지정 기탁 창구를 개설한 뒤 성금을 모아 옥수수를 구입해 대북 식량 지원에 나섰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2005년 일어난 지진 피해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파키스탄 여성들을 위해 2008년 직업기술 훈련센터를 세웠다. 사진은 센터에서 재봉틀 실습 중인 여성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1989년 7월 17일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헌혈 운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 시대 변화에 발맞춘 한마음한몸운동
본부는 달라지는 시대상을 반영해 한마음한몸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문명발달에 따라 소통 반경이 넓어지면서 ‘지구시민교육’을 마련한 것도 큰 변화다. ‘더불어 사는 지구촌’을 만들기 위해 2010년부터 빈곤·인권·환경·공정무역 등 다양한 지구촌 문제에 관심 갖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지구시민을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자살예방운동도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한마음한몸운동 중 하나다. 본부는 자살을 택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사회문제 해결에 힘을 싣고자 2010년 산하에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를 설립했다. 센터에서는 자살 충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전화와 온라인, 대면 상담을 제공한다. 지난 8년간 센터에서 전화 상담을 받은 사람만 2만 여 명이다. 또한 센터는 자살자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자살유가족을 위한 피정 등도 마련하고 있다.
물질 나눔도 시대 흐름에 맞춰 새롭게 운용 중이다.
대표적으로 ‘하루 100원 모으기’는 헌미헌금봉헌을 변형한 사례다. 쌀을 모아 봉헌하는 게 현시대와는 동떨어진다는 지적에, 쌀 대신 매일 100원씩 모아 봉헌하는 기부 방법이다. 아이 돌잔치 대신 기부를 하는 ‘생애 첫 기부’, 입사 기념일 등 각종 ‘기념일 기부’도 예전보다 기념일을 다양하게 챙기는 시대상을 반영한 방식이다.
새로운 방식에 동참한 이들도 이구동성 “‘남을 도와서 축복받는 게 아니고, 축복받았기 때문에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오히려 기부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혹은 “나눔은 나뿐 아니라 가족과 이웃 모두를 사랑하고 또 함께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기에 꼭 필요한 삶의 일부분”이라는 소감을 전하고 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